▶ 세계선수권 은메달로 마무리 ‘홀가분’…아사다 금메달
“가장 기대하던 시즌을 잘 마무리하게 돼 좋습니다”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극적이었던 한 시즌을 마무리한 ‘피겨 퀸’ 김연아(19)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28일 펼쳐진 대회 갈라쇼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 어깨를 천근만근 짓누르던 짐을 덜어버린 듯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선수생활의 정점을 찍은 뒤 갑작스런 목표상실로 인한 공허와 허탈감으로 방황한 끝에 나선 이번 대회에서 숏프로그램에서 충격적인 부진을 딛고 숙적 아사다 마오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털어놓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앞으로 진로를 두고 솔직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김연아는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마치고 세계선수권에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때는 결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 ‘그까짓 거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올림픽 이후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후회했다”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니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을 텐데 또 경기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게다가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엄청난 마음의 중압감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훈련을 대충 한 건 아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올림픽 때와 거의 비슷하게 훈련했고, 대충 해서 실수한 것도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림픽 후유증은 컸다. 김연아는 지난 26일 숏프로그램에서 레이백 스핀에서 0점을 받는 등 평소 않던 실수를 범하며 사상 최악인 7위에 그쳤고 ‘강심장’ 김연아도 흔들렸다. “숏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괜히 왔다’ 싶었다. 밤이 지나고 나서는 또 괜찮았는데, 27일 아침 연습에서 다시 좋지 못하다 보니 경기 직전까지 ‘타다가 안 되겠으면 그만두고 나와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녀는 6분 동안 워밍업을 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결과적으로 몇 번의 실수에도 불구, 프리스케이팅을 1위로 마쳐 종합순위에서 아사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전날 숏프로그램의 부진을 상당히 만회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09-10 시즌을 마감한 김연아는 “앞으로 진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선수로 계속 뛰든지, 아니면 공연에 나서며 가능하다면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라면서 ‘실력 유지’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지금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아요. 아니라면 경기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는 하기 싫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김연아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연아(왼쪽)가 금메달을 딴 아사다 마오(일본, 가운데), 동메달리스트 로라 레피스토(핀란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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