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도전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 허정무호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이 확정되면서 본선 1차전인 그리스전(12일)에 나설 베스트 11 윤곽도 드러났다. 가장 예측이 어려웠던 공격수 진용이 정리되면서 그리스와 첫 경기 스타팅 멤버도 거의 결정된 느낌이다.

우선 대표팀의 주 포메이션인 4-4-2의 최전방 투톱은 박주영과 염기훈이 확정적이다. 이근호가 제외되고 남은 5명의 포워드 자원 가운데 이동국은 허벅지 부상여파로 그리스전 출전이 어려운 상태이며 노장 안정환은 후반 조커자원이고 막내 이승렬은 큰 대회 경험이 없어 이들 3명을 제외하면 박주영과 염기훈이 남는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 대해 “그리스와 1차전에 후반 교체 투입은 가능하다는 것이 의무팀과 피지컬 팀의 소견이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전 출전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일단 박주영-염기훈 투톱으로 나선 뒤 후반 상황에 따라 안정환과 이승렬을 투입하는 쪽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

미드필더진은 오래전부터 베스트11이 굳어져 있는 상태다. 박지성과 이청용, 두 프리미어리거가 좌우 측면을 맡게 되며 중앙에는 그동안 계속 호흡을 맞춰온 김정우-기성용이 나설 것이 유력하다. 신형민과 구자철이 탈락하면서 미드필더 백업요원은 김재성과 김보경, 김남일 등 단 3명만 남았는데 예상을 뒤엎고 최종 엔트리에 발탁된 김보경이 박지성, 김재성이 이청용의 뒤를 받치며 김남일은 다만 최근 셀틱에서 계속 벤치를 지킨 끝에 실전감각과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기성용 대신 중앙을 맡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허 감독은 최종 엔트리 결정에서 포지션 당 두 명의 선수를 뽑는 관행을 깨고 미드필드 포지션 하나를 돌려 공격수를 뽑음으로써 현 미드필드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포백 수비라인의 좌우 양쪽은 이영표와 차두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는 김동진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고 차두리는 오범석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펼치고 있는데 1차전 상대 그리스가 힘과 체격이 좋은 탓에 힘과 높이에서 우세한 차두리가 선발 출장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중앙 수비수는 조용형-이정수 조합이 확정적이다. 그동안 허정무 감독은 이정수-곽태휘 조합을 실험해왔지만 곽태휘가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그동안 콤비를 이뤄 많이 출전했던 조용형-이정수 조합으로 복귀했다. 곽태휘 대신 엔트리에 들어온 강민수는 김형일과 함께 백업요원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3명으로 일찌감치 최종엔트리가 확정된 골키퍼는 정성룡이 최근 에콰도르, 일본전에서 선발로나서며 약진을 보였지만 큰 경기 출전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때문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 특히 수비리드에 능한 이운재를 제치고 선발로 기용될 가능성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베이 스테디엄에서 펼쳐지는 그리스와의 B조 1차전에는 투톱에 박주영-염기훈, 미드필더에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 수비진에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 골키퍼 이운재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는 그때까지 부상 등 또 다른 돌발요인이 없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김동우 기자>


1일 스페인과 최종 평가전이 벌어지는 장소인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훈련에서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나설 염기훈이 패스를 하고 있다. 뒤쪽에 이청용과 차두리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