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스페인과 팽팽 승부에 자신감 백배
수비 전술 적중…“누구와도 해 볼만 하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적 강호 프랑스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났을 때의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졌지만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3일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대등하게 맞서다 아쉽게 0-1로 고배를 마신 태극전사들은 경기 후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젠 어떤 상대를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베테랑 골키퍼 이운재는 8년 전을 이야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직전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박지성과 설기현의 골로 2-1까지 앞섰다가 후반 두 골을 내주고 2-3로 패했으나 그 경기에서 얻은 자신감이 월드컵 본선에서 4강 신화를 쓰는 밑거름이 됐던 상황이다. 이운재는 “프랑스전 때와 비슷하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 중요하다”면서 “강팀을 상대로 집중력을 갖고 잘 치렀다. 결과까지 좋았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약팀을 상대로 할 때와는 다른 우리의 전술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중앙수비수 조용형 역시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비록 무실점으로 끝내지는 못했지만, 세계적 선수들과 당당히 맞섰다. 어떤 팀과 붙어도 좋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개인적인 소득”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조용형과 호흡을 맞춘 이정수도 “수비수 사이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간격을 좁혀 서 짧은 패스 위주로 공략하는 스페인에 나름대로 잘 대처했다”면서 “후반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스페인의 ‘고가(高價)’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서는 좀 힘들었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 어느 상대와도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미소지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뛰면서 맹활약한 김정우는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며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라 힘들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아르헨티나보다도 스페인이 더 강한 것 같다. 우승 후보를 상대로 자신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비수 이영표는 “수비에서는 의도한 대로 전술적으로 잘해냈고, 공격에서도 강팀을 상대로 많은 찬스를 얻어낸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수비에서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맞은 데 대해서 “스페인 같은 강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찬스를 내주지 않기는 어렵다”면서 “오늘 경기는 비록 졌지만 80∼90점은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른쪽 풀백 오범석은 “상대가 크게 잘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해볼 만했다”고 당차게 말하면서 “뛰어난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다. 미드필드에서 패스와 볼 관리가 정상급이라 고전했지만 우리도 찬스를 만들어냈다”며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스페인의 헤수스 나바스(22번)가 미사일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대 상단 코너에 꽂히는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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