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함대’ 첫 출항서 스위스 일격에 침몰 0-1
역시 공은 둥글었다. 초특급 ‘스위스제 방패’를 앞세운 스위스가 강력한 우승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기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6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남아공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스위스는 철벽수비로 호화군단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세를 끝까지 실점없이 막아내고 후반 7분 젤송 페르난데스(생테티엔)가 결승골을 터뜨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 스페인에 뼈아픈 서전 패배를 안겼다. 역대 스위스를 상대로 15승3무의 절대 우위를 지켜온 스페인은 19번째 맞대결에서 사상 첫 패를 당하며 최근 A매치 12연승 행진에 급제동이 걸렸을 뿐 아니라 이제 남은 온두라스, 칠레 전에서 전승을 거둬야만 16강에 오르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더구나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패한 뒤 우승을 차지한 팀이 없다는 또 다른 징크스도 스페인의 앞에 거대한 벽으로 등장했다.
비록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위스의 철벽 디펜스는 이미 지난 2006 독일월드컵에서 4경기 무실점으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당시 한국, 토고, 프랑스와 같은 조에 속했던 스위스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고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을 2-0으로 격파, 2승1무로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뒤 16강전에서 우크라이나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위스는 이날 스페인전까지 합해 월드컵에서 연속 5경기째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슈팅수 24-8, 볼 점유율 63% 대 37%가 말해주듯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세로 전개됐다. 하지만 스페인의 호화 공격진은 시종 압도적인 우위에도 불구, 끝내 알프스 첩첩산중 같은 스위스의 방어망을 뚫지 못했고 오히려 후반 7분 스위스의 역습에 순간적으로 정면이 뚫리며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미드필드에서 블레즈 은쿠포가 정면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은 에렌 디르디요크가 단독찬스를 잡았으나 뛰쳐나온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가 넘어지며 볼을 차단하는 듯 했다. 하지만 둘이 충돌하는 순간 볼은 왼쪽에서 뒤따라오던 페르난데스쪽으로 흘렀고 페르난데스의 첫 슈팅을 수비수 제라르 피케(바르셀로나)가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막았으나 그의 옆에 떨어진 볼을 페르난데스가 재차 차 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뜻밖의 일격을 맞은 스페인은 이후 파상공세로 만회골을 노렸으나 꽉 잠긴 스위스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후반 18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아크 왼쪽에서 찬 슛은 골문을 외면했고 7분 뒤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가 때린 대포알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0-1로 무릎을 꿇은 스페인은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을 뿐 아니라 조 2위로 16강에 오르더라도 G조 1위가 예상되는 브라질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사상 첫 월드컵 정상등극 꿈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동우 기자>
스위스의 젤송 페르난데스(오른쪽)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는 결승골을 터뜨리자 (왼쪽부터) 카를로스 푸욜, 제라르 피케(아래), 서지오 라모스, 이게르 카시야스 등 스페인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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