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반 0-2 뒤지다 대반격
역전골 석연찮은 판정에 통탄
전반까지 0-2 열세를 뒤집고 얻어낸 값진 무승부. 하지만 주심의 명백한 오심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도둑맞은 미국으로선 사지에서 벗어난 안도와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억울함이 더 진하게 남은 경기였다.
18일 남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팍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경기에서 미국은 유럽의 복병 슬로베니아에 전반 두 골을 내주고 0-2로 끌려가다 후반 3분 랜든 다나븐의 만회골과 37분 마이클 브래들리의 동점골로 투혼의 2-2 무승부를 일궈냈다. 하지만 미국은 동점골이 터진 뒤 4분 뒤인 후반 41분 슬로베니아 진영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다나븐이 문전으로 절묘하게 올린 프리킥을 모리스 에두가 뛰어들며 멋진 논스탑 슛으로 극적인 역전골을 뽑았으나 아프리카 말리 주심인 코만 쿨리발리가 웬일인지 파울을 선언해 손안에 들어왔던 짜릿한 대역전 드라마를 도둑맞고 말았다. TV화면으로 아무리 찾아봐도 오프사이드는 물론 파울이 의심되는 장면조차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미국선수들의 억울함은 더욱 더했다.
다나븐은 “솔직히 속이 뒤집어진다. 어떻게 우리의 마지막 골을 훔쳐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무슨 반칙인지도 모르겠다. 주심에게 누구의, 무슨 반칙이냐고 여러 번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밥 브래들리 미국 감독도 “왜 골이 인정이 안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선수들은 이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정당한 결과를 원한다”며 설득력 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아무도 무슨 반칙인지 몰랐기에 외신의 보도도 제각각였다. 로이터통신은 ‘반칙’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외신은 ‘오프사이드’ 때문이었다고 썼다. 주심의 명백한 오심이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에 찬물을 끼얹었기에 FIFA 심판위원회가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쿨리발리 주심의 오심이 이것만이 아니었다. 전반 40분에는 미국의 로비 핀들리에게 고의적인 핸들링을 했다며 경고를 줘 이미 경고가 있던 핀들리는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 뛰지 못하게 됐으나 TV 화면상 핀들리는 볼에 얼굴을 맞았을 뿐 핸들링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을 더욱 분통터지게 했다.
이번 대회 출전 32개국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인 슬로베니아는 1차전에서 알제리를 1-0으로 꺾은 데 이어 이날 미국을 상대로 전반 유효슈팅 2개를 모두 골로 연결하며 출전국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듯 했다. 선취골은 전반 13분에 터졌다. 미국 진영 중간 지점에서 발테르 베르사가 기습적인 30야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스핀이 걸린 볼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미국 골문 오른쪽을 꿰뚫었다. 미국은 이후 맹렬한 반격으로 만회골이 노렸으나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뒤 42분 슬로베니아의 역습에 말려 즐라탄 류비얀키치에게 단독찬스에서 추가골을 내줘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미국은 3분만에 다나븐이 한 골을 만회하며 희망을 살려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스티브 체룬돌로의 롱패스가 수비수 뒤로 빠지자 볼을 잡고 슬로베니아의 페널티박스 안쪽 엔드라인까지 치고 들어간 다나븐은 완전 사각에서 골키퍼 머리 위로 대포알같은 강슛을 뿜어 골네트 천장을 꿰뚫었다. 이후 미국은 후반 37분 문전 정면에서 조지 알티도어가 머리로 떨어뜨려준 패스를 브래들리가 뛰어들며 차 넣어 마침내 극적인 동점을 이뤄냈고 잠시 후 역전골마저 뽑아냈으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승리를 도둑맞고 말았다. 하지만 2무의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 오는 23일 알제리(1무1패)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다.
<김동우 기자>
랜든 다나븐이 사각에서 골키퍼 머리 위로 날아가는 강력한 대포알 슛으로 추격의 시동을 거는 미국의 첫 골을 터뜨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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