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남아공월드컵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게 ‘악몽의 월드컵’으로 남게 됐다. 세계축구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며 천문학적 액수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로 명단을 채웠음에도 잉글랜드 대표팀은 대회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다 허무하게 무너졌다. 27일 벌어진 독일과의 16강전에서 1-4로 완패한 것은 물론이고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시종 ‘이름값’이 무색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잉글랜드에겐 ‘축구종가’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잉글랜드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경기에 34골을 터뜨리며 9승1패로 가볍게 본선티켓을 따내 우승후보로 분류됐던 팀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미국과 1-1로 비긴 뒤 알제리와도 0-0으로 비겨 탈락위기에 몰렸다가 슬로베니아를 1-0으로 꺾고 16강에 기사회생한 뒤 독일에 완패해 탈락하는 한심한 경기력으로 자국팬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대해 영국은 언론과 팬, 축구 전문가들 할 것 없이 모두 대표팀에게 분노를 뿜고 있다. 독일전에서 오심으로 골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억울하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의 잉글랜드에 비해 독일이 확실한 우세를 점했던 만큼 오심으로 인한 억울함보다 선수단을 질타하는 분위기다. 데일리 메일은 “잉글랜드팀은 엉망진창이었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서툴렀고 잘 훈련된 독일에 비해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떨어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했고 가디언은 ‘영국의 황금시대가 끝났다”며 “오심이 없었다면) 다른 결과가 가능했다고 주장할 자격이 없다. 독일 선수들이 춤추듯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잉글랜드 선수들은 무방비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BBC 해설자 리 딕슨은 “독일전에서 보여준 잉글랜드 수비는 내가 아는 팀 중 최악이었다. 더 큰 점수차가 안 난게 다행”이라고 꼬집었고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앨런 시어러는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었다”고 불을 뿜었다.
예선에서 그렇게 잘 나가던 잉글랜드가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는 꼭 집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중 하나로 최전방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원인 불명 부진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스트라이커 부재’가 항상 고민이던 잉글랜드에게 루니는 이번 대회 우승도 안겨줄 수 있는 희망이었지만 그는 대회 내내 임팩트를 끼치지 못했고 독일전에선 달랑 슈팅 2개를 쏘는데 그치고 말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득점에 실패했던 루니는 남아공 대회에서도 골 가뭄을 해결하지 못해 간판 골잡이로서 굴욕적인 ‘본선 8경기 무득점’이라는 치욕의 기록을 안고 남아공을 떠났다.
한편 잉글랜드가 이처럼 이름값에 비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로 프리미어리그도지적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에서 온 특급선두들의 무대가 되면서 영국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 빅리그 중 가장 격렬한 경기를 하는 탓에 피로 누적과 부상으로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웨인 루니는 2연속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AP)
프랑크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이 침통한 표정으로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공항 게이트로 향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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