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직전 페널티킥 실축
다 잡았던 4강티켓 놓쳐
가나는 물론 ‘검은 대륙’ 아프리카 전체가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운명의 장난은 그들에게 너무도 잔인했다.
도무지 상상하기도 힘든 드라마가 월드컵 무대에서 현실로 펼쳐졌다. 2일 남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가나와 우루과이는 연장전까지 120분간에 걸친 혈전을 펼쳤으나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들어간 끝에 우루과이가 4-2로 승리, 40년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연장 후반 종료휘슬이 울리기 직전부터 승부가 결정된 순간까지 약 5분여의 짧은 시간동안 펼쳐진 드라마는 한편의 할리웃영화였다고 해야 할 만큼 너무도 극적이었다.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후반, 종료를 알리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직전 가나는 우루과이 진영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어진 프리킥은 골문 앞으로 날아갔고 문전 혼전 중 가나의 헤딩슛이 골문 안으로 꽂히는 순간 골라인을 지키던 우루과이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는 필사적으로 손으로 볼을 쳐냈다. 즉각 퇴장에 페널티킥까지 내주는 행동이었지만 그 볼이 골라인을 넘어가는 순간 패배와 탈락이 확정되기에 수아레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시간은 종료됐고 가나는 이 페널티킥을 넣기만 하면 아프리카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것이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이미 이번 대회 페널티킥으로 2골을 뽑아내는 등 3골을 기록한 가나의 간판 스트라이커 아사모아 기안. 하지만 한 국가는 물론 대륙 전체의 열망이 주는 엄청난 부담감은 산전수전 겪은 세계적 수퍼스타도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다. 그의 페널티킥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고 뒤로 튀어나갔고 이와 함께 가나의 월드컵 4강 티켓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반면 우루과이는 기적처럼 기사회생했다.
그렇게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망연자실 넋을 잃었던 기안은 간신히 정신을 추스린 뒤 가나의 1번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킥을 성공시켰으나 이미 가나의 운명에는 검은 먹구름이 뒤덮여 있었다. 선축을 한 우루과이가 첫 3명이 킥을 성공시켜 3-2로 나선 상황에서 가나의 3번째 키커 존 멘사의 킥이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에 막혔고, 우루과이도 4번째 키커 맥시 페레이라가 실축을 했으나 가나의 4번째 키커 도미니크 아다이아의 킥도 무슬레라에 막히면서 가나의 믿기지 않는 불운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았다. 우루과이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세비스천 아브레이유는 얄미울 정도로 침착한 칩샷으로 골키퍼를 완벽하게 따돌리며 승부를 끝냈고 가나 선수들은 충격 속에 말문도 열지 못하고 통곡의 눈물만 뿌려야 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피니시에서 믿기 어려운 비운을 맞은 가나로선 너무나 잔인한 운명의 장난에 가슴이 터져버린 날이었다.
시종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 경기에서 가나는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터진 설리 문타리의 기습 중거리슛으로 먼저 기선을 잡았다. 우루과이 진영 중간지점에서 볼을 잡은 문타리는 중앙으로 돌아서며 35m 지점에서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을 뿜어 우루과이 골문 오른쪽 아래쪽을 꿰뚫었다. 반격에 나선 우루과이는 후반 1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디에고 포를란이 환상적인 킥으로 차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후 양팀은 연장까지 피말리는 혈전을 펼쳤다. 하지만 승부는 120분이 다 흘러가도 가려지지 않았고 월드컵 8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거치고서야 최고 행운의 승자와 최고 비운의 패자를 선택해냈다.
<김동우 기자>
우루과이의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 세바스천 아브레이유가 가나 골키퍼 리처드 킹슨을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지은 킥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AP)
연장 후반 종료직전 승부를 끝낼 수 있는 페널티킥을 실축한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이 승부차기 패배가 확정된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울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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