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지난 2004년에 수습을 마치고 가장 먼저 취재를 나갔던 장소가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있는 구 앰배서더 호텔이었다. LA통합교육구(LAUSD)가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한 역사적 호텔 부지를 대규모 교육 단지로 개발한다는 발표를 하는 기자회견이었다. LA역사보전협회 등 일부 시민 단체들의 반대에 맞서 LAUSD가 소송까지 불사하는 난항을 거치며 이뤄낸 결과였다.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자단 호텔 투어가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한 장소에 도착하니 당시의 비극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30~40년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릴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LA 최고급 호텔이 곧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는 했지만 한인타운에 최고의 교육 시설을 건립한다는데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6년이 흐르고 5억7,800만달러가 지출된 후에 23에이커의 광활한 호텔 부지에는 최고의 교육 시설을 자랑하는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 캠퍼스’가 위용을 드러냈다. 오는 가을 학기부터 4,200명의 학생이 재학하게 된다.
하지만 캠퍼스 주변을 돌아보면 최고의 교육 환경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 많다. 캠퍼스로부터 2 블럭 반경에는 술집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가 즐비해 교외의 주택가의 학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은 한인타운의 ‘교육의 섬’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0년 가까이 상업 부동산 거래에 종사해온 한 한인은 공교육 시설 확충이라는 대의에는 동감하지만 한인타운 상권만으로 본다면 23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이 학교로 개발되며 주변 상권의 비즈니스 가치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화로운 개발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업소들은 상권이 축소되는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학교 건설을 지지했지만 새로운 견해를 듣고 나니 그 동안 보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학교는 백년대계 교육 시설이니 무조건 지지해야 하고 상업 시설 개발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경직된 사고였는지 깨달았다.
호텔 부지에 한인들이 즐겨 찾는 ‘그로브 샤핑몰’ 스타일의 야외 샤핑센터가 들어섰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봤다. 시민 모두에게 개방되는 23에이커의 공원을 꿈꾸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학교 건설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불평을 늘어놓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LAUSD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건설한 캠퍼스에 아쉬움이 남는다. 캠퍼스에는 학교의 역사에 대해 자동으로 설명해주는 벤치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캠퍼스 내 공원 담장에 한국 위인상 동판을 부착하려던 한인 사회의 프로젝트는 25만달러 예산이 없어서 무산됐는데 말하는 벤치까지 만들 정도로 예산이 풍부했던 LAUSD가 동판 제작은 도와주지 않았다니 솔직히 서운하다. 아무쪼록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 캠퍼스가 한인타운의 ‘섬’이 아닌 교육과 문화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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