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17 여자월드컵 결승은 남북대결 대신 한일전
한국축구의 새 역사가 17세 이하 소녀들에 의해 쓰여졌다. ‘태극소녀’들이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1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우바의 아토 볼던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한국은 유럽 챔피언 스페인을 맞아 전반 23분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번 대회 우승과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 3관왕을 노리는 간판스타 여민지가 불과 2분뒤 동점골을 뽑아낸 데 이어 전반 39분 여민지의 패스를 받은 주수진이 멋진 역전골을 터뜨려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여민지는 이 골로 대회 8골로 득점왕 레이스에서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역사적인 3관왕 위업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결승에 오른 한국은 오는 25일 숙적 일본과 우승을 놓고 운명의 한일전 한판승부를 펼치게 됐다. 일본은 이어 벌어진 두 번째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북한에 2-1 역전승을 거둬 사상 초유의 FIFA대회 결승 남북대결의 성사를 가로막고 대신 ‘한일전’이라는 또 다른 빅카드를 선사했다.
예상보다 더 힘든 경기였다. 유럽 챔피언 스페인은 짧고 정확한 패스워크를 앞세워 볼 점유율에서 거의 6.5 대 3.5 정도의 우위를 보이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5골이나 내준 수비진을 보완해 스페인 공격수들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으며 맞섰으나 스페인의 초반 공세는 매세웠고 결국 23분 푸테야스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아만마 삼페드로가 쇄도하며 밀어넣어 선취골을 가져갔다.
분위기상 자칫 위험했던 상황에서 한국을 건진 것은 역시 여민지였다.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2분만에 미드필드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챈 김나리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올리자 여민지가 질주하며 다이빙 헤딩슛으로 스페인의 골네트를 출렁여 곧바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동점골이 터지자 선수 전원이 중계 카메라를 향해 큰절을 올리는 ‘한가위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세를 올린 한국은 전반 39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가로챈 여민지가 날카롭게 찔러 준 볼을 주수진이 잡아 수비수 2명과 골키퍼까지 여유 있게 제친 뒤 역전골을 성공시켜 마침내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후반들어 14분만에 이금민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볼이 골키퍼 정면으로 갔고 21분에도 이금민이 골키퍼와 단독찬스를 맞았으나 슛이 살짝 빗나가 승리를 굳힐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수비진은 끝까지 스페인의 공세에 골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FIFA대회 결승진출의 꿈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남북 결승대결은 끝내 무산됐다. 이어 벌어진 준결승에서 북한은 일본에 1-2로 역전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났고 대회 패권은 운명의 한일전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북한은 후반 14분 김금정이 선취골을 뽑았으나 10분 뒤인 후반 24분 일본의 다카기 히카리의 헤딩슛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불과 1분 뒤 요코야마 쿠미에게 역전골을 내줘 분루를 삼켰다. 요코야마는 미드필드서부터 놀라운 개인기로 북한 수비수 5명을 따돌리고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북한을 울렸다.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오는 25일 오후 3시(LA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수도인 포트 오브 스페인에서 벌어진다.
결승진출이 확정된 순간 한국선수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주수빈이 스페인 골키퍼까지 제치고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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