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 쇼크서 서서히 벗어나… 곳곳서 초대형 인프라 공사 한창
라스베가스 스트립과 어둠 속에 빛나는 가자 피라미드를 그대로 복제해 세운다는 계획은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노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보다 실용적인 성격의 프로젝트를 하느라 분주하다. 런던 히드루 공항의 두배 크기인 거대한 ‘에어로트로폴리스’가 두바이 사막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이 초대형 공항은 가까운 미래에 번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근 도시들로 화물과 사람을 실어 나르게 된다.
전시용보다 실용 프로젝트 우선
‘형제국’ 아부다비가 적극 지원
거대기업들 “중동진출 최적 발판”
중동에서 가장 큰 항구인 인근의 제벨 알리 항에서 화물들을 신속히 공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고속도로들도 건설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경제가 다시 살아나면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를 관통하는 지하철들이 연결망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해 허영에 의해 촉발된 국가 소유 ‘두바이월드’의 부채위기를 겪은 후 두바이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팜 트리를 닮은 거대한 인공 섬 같은 번지르르한 사업들 대신에 산업적으로 앞선 서방과 원유가 풍부한 중동을 이어주는 주도적인 교역망으로서 두바이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보다 실용적인 사업들에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세계가 경기침체로 빠져 들었을 때 두바이는 한순간도 공항과 방대한 유통 네트웍을 건설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두바이 역사를 다룬 책 ‘황금의 도시’를 쓴 짐 크레인은 말했다. 그는 “그래서 세계경제가 회복됐을 때 두바이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두바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경제는 여전히 중동지역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통합돼 있다. 법률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불투명해도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비즈니스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도시전체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정부는 두바이의 많은 암묵적인 도덕적 규율을 해치는 행위를 고발하라고 독려하기는 하지만 이곳은 이슬람 근본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되고 관용적인 곳으로 남아있다.
“사방 1,000마일 이내에 두바이가 세운 것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지금은 침체의 여파와 싸우고 있지만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두바이 HSBS의 분석가인 사이먼 윌리엄스는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두바이는 절제하고 있다. 호사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인 여론에 자극받아 이곳의 지도자들은 한 때 두바이 통치자의 야심찬 꿈을 실현하는 일을 도왔던 친 서방 정책결정자들을 물갈이했다. 지금은 두바이의 용의주도한 기업가문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두바이에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독립적인 중동전문가인 스티븐 블랙웰은 지적했다.
두바이는 미국과 유렵 경제의 불확실성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두바이의 경제는 제조업이나 농업이 전무하고 전적으로 서비스업에 기반하고 있다. 교역, 금융, 관광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두바이월드 붕괴가 공공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사무실 공간과 주택의 과잉공급은 중심지역 밖의 부동산 가격 붕괴로 이어졌다. 개발업자들은 계속해 타우 외곡에 고층건물들을 짓고 있어 가격과 경기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위기는 통치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수천 건의 재산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두바이의 오래된 법원 시스템은 아랍 법에 기초하고 있어 서방투자가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투자가들은 두바이에 대한 투자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IMF는 지난 해 2.5%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두바이 경제가 올해는 0.5% 정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장래에 대한 전망은 두바이월드가 채권자들과 249억달러에 달하는 부채 조정에 합의함으로써 한층 밝아졌다.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또 다른 지주회사인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탈’은 자산 처분을 통해 26억달러의 채무를 상환할 계획이다.
여러 면에서 두바이의 운명은 아랍 에미레이트의 가부장 역할을 하는 아부다비에 달려있다. 두 나라의 가족혈연과 부족 관계는 오래됐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2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 금융을 지원했다. 방대한 원유 매장량과 함께 외교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아부다비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의 핵심동맹들 가운데 하나이다.
서방외교관들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아부다비는 흥청망청하는 이웃인 두바이에 조용히 보수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아부다비는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상당부분을 컨트롤 한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중동전문가는 말했다.
그는 “아부다비는 항상 긴밀한 관계 때문에 두바이에 항상 무언가를 주지만 그것이 항상 백지수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두바이는 조심스러워 하는 금융시장에서 새롭게 돈을 조달해야 하는 묘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곳의 전문가들은 두바이정부가 곧 7년 만기의 10억달러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경우 금융위기 후 첫 채권발행이 된다.
아부다비는 다른 방식으로도 두바이에 영향을 미친다. 두바이는 아부다비의 외교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교역관계들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교역상대인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은 물론 이스라엘과도 교역을 했다.
하지만 이란의 잠재적 핵위협을 우려하는 아부다비는 두바이가 이 관계를 청산하기를 원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부다비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야심에 대한 대응으로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관광과 부동산, 그리고 금융서비스가 무너져도 두바이는 이란과의 탄탄한 관계에 의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을 철회해야 할 상황”이라고 역사가인 크레인은 말했다.
엄청난 붕괴로 끝난 건설열풍이 지금은 현재 두바이를 아부다비를 비롯한 다른 아랍국가들보다 앞서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GE, 인도의 타타 인더스트리스, HSBC 등 세계의 거대기업들은 중동지역 본부를 두바이에 두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한 이들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뛰어난 인프라 스트럭쳐를 갖고 있다. 현재는 두바이의 끝이 아니다. 고통스런 변화의 과정일 뿐”이라고 스탠다드 & 푸어스의 중동지역 매니저인 잰 윌렘 플랜테이지는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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