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 시대 절약 백태
▶ 카풀 플랫폼 폭발적 인기
▶ 장거리 운전해 ‘원정 주유’
▶ 가급적 불필요한 운전 줄여

개솔린 가격이 급등하면서 운전자들은 한푼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로 몰리고 있다. 코스코 주유소에 차량들이 개솔린을 넣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미국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미국 사회에서조차 ‘덜 타고, 함께 타는’ 흐름이 뚜렷해지며 생활 방식 전반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유가 충격으로 미국 운전자들의 주유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캐시백 앱 업체 ‘업사이드’ 집계 결과 올해 3월 미국 북동부 지역 주유소 당 평균 개솔린 매출은 전월 대비 4.3%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 감소가 아니라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의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고, 운전자들은 연료를 가득 채우는 대신 소량 주유를 반복하거나 불필요한 운전을 줄이고 있다.
많은 한인들은 한 번 나갈 때 볼일을 몰아서 보고 외출도 삼가는 등 차량 운항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 전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남가주의 경우 대다수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은 6달러에 육박하거나 넘고 있다.
생활 방식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카풀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연료 절약, 저렴한 주유소 찾기 앱과 카풀 플랫폼 다운로드도 급증했다. 실제로 가스버디·업사이드 등 앱 다운로드는 한 달 새 수십~수백 퍼센트 증가했고, 카풀 서비스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어바인에서 LA로 출퇴근하는 김모씨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바꾸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유가가 단순한 소비 부담을 넘어 ‘차량 선택’까지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씨는 “한 달 평균 개솔인 비용이 300달러 안팎이었는데 500달러를 넘나든다”며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각종 생활비용만 늘어 외식비 등 불필요한 경비를 모두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부담은 미국 가계 전반의 핵심 압박 요인으로 떠올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1%가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재정 문제로 꼽았으며, 특히 에너지 비용을 언급한 비율은 13%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에너지 비용이 주택 비용과 함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감지된다. 애리조나·콜로라도 등 로키산맥 지역에서는 개솔린 매출이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전환됐고, 남부 지역에서도 증가율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FT는 “미국은 구조적으로 수요 파괴가 어렵지만 생활비 위기가 이를 강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은 정치적 파장도 키우고 있다. 체감도가 높은 연료 가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불만이 현 정부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국제 유가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카풀과 대중교통 이용 확대, 차량 효율성 중심의 소비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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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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