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발 미국행 항공 화물에서 발견된 ‘폭탄 소포’가 비행 중 기내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돼 자칫 대형 항공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백악관이 폭탄 화물 형태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자칫 제2의 ‘로커비 테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영국 이스트 미들랜즈 공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공항에서 발견된 2건의 폭탄 소포는 미국으로 발송됐지만 기내에서 터지도록 설계됐다고 미 CBS 방송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특히 이 폭탄은 당초 예멘에서 여객기에 실려 운반됐기 때문에 항공기 여객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수사진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예멘발 화물기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테러리스트들은 관련 화물이 수송되던 중 여객기로 일부 운송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칫 지난 1988년 로커비 상공에서 테러로 폭발한 팬암기와 같은 대형 항공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대목이다.

다행히 수상한 예멘발 화물 정보를 입수한 독일이 이 사실을 영국에 알려 대대적인 검색이 시작됐으며, 비슷한 시간 사우디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두바이 당국이 컴퓨터 카트리지로 위장된 폭발물을 찾아내 관련 내용을 영국에 통보하면서, 2개의 소포 폭탄 모두를 폭발 전에 찾아낼 수 있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도 31일 CBS 방송과 대담에서 "당국은 종착지인 시카고 소재 유대교 회당뿐 아니라 기내에서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폭탄이 기내에서 터지도록 설계됐다는 영국 측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테러 기도의 배후로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조직을 지목하고 있으며 알카에다의 폭탄 전문가 이브라힘 하산 알-아시리를 제조 용의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체포된 여대생 하난 모하메드 알-사나위는 폭탄 소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31일 석방됐다.

이번 테러 기도는 UAE와 독일, 영국의 공조로 마지막 순간 무위로 돌아갔지만 백악관은 유사 형태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이날 NBC와 ABC, CNN 등에 출연해 "정부 당국은 영국과 UAE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폭발물 소포형태의 테러 위협이 앞으로 더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고 말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이번 테러기도가 알카에다 예멘 지부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분석결과 이번 폭발물을 만든 주체가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때 디트로이트발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 때 사용된 장치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브레넌 보좌관은 UAE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테러 기도를 막은 UAE 당국의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브레넌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테러 기도를 막은 UAE 당국의 뛰어난 업무 수행에 깊은 감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폭탄 화물 2건 중 하나가 발견된 영국에서는 항공 화물 검사과정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화물 검색 절차를 살펴보고 업계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기내 폭발물을 검색하는 장비가 애초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