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아니 비싸기 때문에 더 잘 팔린다."

꽁꽁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위해 모두가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오히려 비싼 가격을 유지하면서 선전하고 있는 업체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업체는 단순히 경쟁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이것을 제품 차별화의 홍보 수단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일종의 고가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명품생산업체나 지명도가 높은 업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같은 ‘럭서리 마케팅’이 한인사회에서도 통하고 있는 것.

플러싱 ‘중국집’은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점을 강조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3달러대 저가 메뉴를 제공하는 업소에 비해서는 두 배나 높은 가격이지만 오히려 올해 15~20% 매출신장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장내환 사장은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재료값이 오르면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다”며 “1~2달러 더 지불하고 맛있는 음식 먹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필요하면 또 올리겠다”고 밝혔다.

맨하탄 32가 한가위의 점심 메뉴는 비빕밥 한그릇 가격이 계속 올라 현재는 25달러다. 인근 한식당 비빔밥에 비해 두배는 높은 가격. 하지만 고객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미 자갓, 미쉐린 등 세계적인 품질평가 기관에 의해 매년 인정받아 온 대표적인 채식전문식당답게 유기농 채소가 듬뿍 들어간 건강식에 가격을 시비하는 손님은 없다. 한가위는 올해도 미쉐린 선정 40달러 이하 최고 식당에 뽑혔다.

네일업소인 씽크핑크는 올 1월에 소호에 개점해 럭셔리마케팅으로 탄탄히 자리잡은 신생업소다. 디톡스 페디큐어가 150달러나 할 정도로 다른 한인 네일살롱에 비해 50% 이상 비싸지만 최고급 재료를 제공하고 서비스 시간도 2~3배 길기 때문에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인근 고급 손님들을 겨냥해 인테리어도 최상급으로 꾸며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했다.씽크핑크의 이은혜 사장은 "고객들의 고급화 성향에 맞춰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최고급으로 만들었다"며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에 가격문제로 불평하는 고객이 없
다"고 말했다.

플러싱 미장원 ‘까까뽀까’는 인근 업소에 비해 늘 높은 가격에도 매상이 떨어진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가격인하 등으로 타인종까지 공략하는 경쟁 업소와 달리 한인 젊은층으로 타켓을 고정하고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과 기술에 집중해 고정 단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인근 업소가 100달러 매직펌을 홍보할 때 까까뽀까는 2배 비싼 크리스탈 수분 매직으로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대형 스파인 ‘스파 캐슬’나 네일체인업체인 ‘플로리스’ 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입장료나 이용료를 높여 고급화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케이스다.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과시적 소비를 일컫는 경제용어 베블렌효과(Veblen Effect)와는 조금 다르다. ‘비쌀수록 사고 싶어진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명품, 럭셔리 상품들이 고가정책을 흔히 사용하지만 음식, 미용, 화장품 등 오히려 몇 달러 범위의 가격 차이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재와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고객의 허영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위해 품질을 희생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품질 마켓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박원영, 최희은 기자>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