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전반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박주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연장 끝 3대1 승리
16년전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 조려야 했던 혈투였다. 하지만 한국엔 ‘해결사’ 박주영(25)이 있었다. 소속팀 AS모나코(프랑스)의 막판 차출 거부 등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영은 절체절명의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홍명보호’를 위기에서 건져냈고 한국축구는 24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복귀 목표를 향해 한걸음 더 전진했다.
19일 새벽(LA시간) 중국 광저우 텐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한국은 경기시작 2분만에 선제골을 뽑고도 후반 한 명의 퇴장으로 10명이 뛴 복병 우즈베키스탄에 연장까지 끌려가는 살얼음판 승부 끝에 연장 전반 터진 박주영의 천금 결승골과 김보경의 쐐기골로 3-1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3연속 아시안게임 4강에 오르며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4년 만에 정상 탈환에 2승 앞으로 다가섰다. 한국은 오는 23일 4강전에서 이날 북한을 승부차기로 따돌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결승티켓을 다툰다. 북한은 UAE와 연장전까지 120분동안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8-9로 져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시작 2분만에 원바운드로 넘어온 오른쪽 코너킥을 수비수 홍정호가 헤딩슛으로 연결, 가볍게 선취골을 뽑아내며 쾌승을 향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선제골에 선수들의 긴장이 느슨해졌는지 전반 중반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공세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결국 후반 26분 오른쪽 수비수 신광훈이 볼을 잡고 머뭇거리다 상대선수에 뺏기면서 동점골을 허용,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앞서 후반 12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이반 나가예프가 이날 2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얻었으나 불안해진 어린 선수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일단 동점골을 따내자 승부차기를 의식한 듯 극단적인 잠그기 전술로 돌아선 뒤 간간히 역습을 노리는 전법으로 나섰고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4강전의 악몽이 살아나는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바로 이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과 서정원 코치 등이 주 멤버였던 한국은 당시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슈팅수 27대4가 말해주듯 시종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도 역습 한 방에 결승골을 내주고 탈락했던 쓴 경험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한국에겐 ‘와일드카드’로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 있었다. 박주영은 연장 전반 2분만에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상대 수비수에 등진 채 수비수 김영권이 찔러준 패스를 받는 순간 절묘한 컨트롤로 순간적으로 안으로 돌아서며 오른발 슛을 날렸고 볼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라인 안쪽으로 굴러들어갔다. 승리를 예감한 한국은 10분 뒤 김보경이 문전 정면에서 상대 볼을 가로챈 뒤 침착한 오른발 슛을 골네트에 꽂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또 다른 8강전에선 일본과 이란이 각각 태국과 오만을 1-0으로 따돌리고 4강에서 맞붙게 됐다. 이로써 이번 대회 4강은 한국 대 UAE, 일본 대 이란의 ‘극동 대 중동’ 대결로 압축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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