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선거에서 지역 시의원에 당선되고 나니 주류 인사들의 한결같은 인사가 지역사회의 큰 구성원인 한인들을 대변하고, 소통 창구의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인들이 지역 정치, 경제 및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한인들은 정직하고 근면하며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민족이라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데 최근 좀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밖에서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정서로는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인 운영 부동산 회사가 우리 타운의 유일한 상가지역인 풋힐 거리의 오래된 건물을 샀는데 그 건물 앞에 있는 100년 된 나무가 이슈가 되었다. 그 나무는 타운에서는 상징성을 지닌 고목으로 건물 주인이 여러 번 바뀌어도 그대로 보존되어 왔었다.
그런데 새 건물주가 타운에서 사랑받고 있는 그 나무를 자르려 한다는 의도가 알려지자 주민들이 벌떼같이 항의전화와 이메일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내가 건물주와 같은 한인이라는 이유로 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나에게 새 주인을 잘 이해시켜 나무를 자르지 않게 중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건물주에게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니 흔쾌히 그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시장 및 관계자들은 “한인을 시의원으로 뽑기를 잘 했다. 잘 중재해 주어서 고맙다. 수고했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2주 전 금요일, 일꾼들이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고 주민들은 울분 섞인 목소리로 항의를 하며, 내가 새 주인과 합의가 잘 되었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갑자기 나는 중간에서 샌드위치가 된 기분이었다. 결국 한인 건물주는 더 이상 나무를 자르지 않기로 합의를 해서 사건은 잘 무마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지역 주민들의 실망감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나무를 두고 실랑이가 오가던 중 “믿고 같이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속았다”느니,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종차별이 생긴다”느니 하는 말들이 내 등 뒤에서 오갔다. “이 곳에서 사업하겠다는 사람이 주민의사를 이렇게 무시하면서 어떻게 사업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나의 면전에서 들으라는 듯 불평을 해대는데 나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이번 일로 이 지역에서 30여년 한인들이 쌓아온 좋은 이미지에 금이 간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인 사업가들은 지역 정서를 고려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사업주는 ‘개인’ 자격으로 사업을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 한 사람의 행동을 보며 한인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신용을 얻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이를 날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번 사건으로 혹시라도 이 지역 동포들과 자녀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까 봐 걱정이다.
미국에 사는 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미주 한인을 대표한다는 인식을 갖고, 신용을 지키며,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여 존경받는 민족이 되었으면 한다.
서영석
라크레센타 의원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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