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이 들었다는 말이 정신이 흐려 말과 행동이 정상이 아닌 것이라면 노망이란 같은 현상이 노년기에 일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일들이 연속되면 건망 혹은 실어증이 뒤따르다 결국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전문가의 말도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기억력은 별 수 없이 쇠퇴의 과정을 밟게 되지만 어릴 적 기억보다는 근래에 일어났던 숏 메모리의 추적이 잘 안 되어 형광등이 깜빡이듯 기억 재생에 순발력을 잃게 된다.
지난달을 끝으로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자취를 감추고 골뱅이 할로겐 전구로 대치되었다고 한다. ‘형광등 현상’이란 재치 있는 표현도 사라질 판이다. NBC 뉴스의 앵커맨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깜빡깜빡하는 이런 현상을 ‘시니어 모멘트’(Senior Moment)라고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에 있을 때 기억의 증진법이란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사는 이른바 기억학의 권위자답게 연상 기억법 또는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신체상해 기억법 등 시범을 보이고 난 다음, 기억 망각법을 이용해 포화상태에 있는 머릿속을 청소하고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매우 인상적인 강의를 하였었다.
요즘 일본에서는 무라가미의 ‘IQ 84’와 오쨔노미즈 대학 도야마 교수가 쓴 ‘사고의 정리학’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다. 도야마 교수는 “조금 나이 들면 기억력이 쇠퇴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착각이다. 사물을 잊을 수 있는 힘은 당신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많이 공부해서 머리 속에 넣으면 사고력은 늘지만 창조력을 뺏어간다”며 세계 최장수국의 학자다운 철학적 논리로 그의 책을 엮어 나가고 있다.
실로 장수시대의 도래로 우리의 전통 관념인 60세의 환갑 기준도 이젠 20년이나 연장되었으니 20년이란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다. 이때야 말로 퇴직 후의 인생 커리큘럼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라 생각한다. 뉴턴이 갑자기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호는 될 수 없겠지만 자기가 걸어온 생애를 재탕해 물 타지 말고 과감하게 180도 전환하여 새로운 도전을 창출해 볼만도 하다.
새로운 세계는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사람들을 흥분케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 자괴하지 말고 자기 심장에 박동이 뛰고 호흡이 끊이지 않는 한 창조주가 주신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버티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60여년 축적된 경륜과 지혜는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재산이기에 이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연로자의 의무라 본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 두뇌의 3분의1밖에 쓰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학설이 있다. 남이 보기엔 다소 상식 외의 일이라 할지라도 자기가 선택한 제2의 인생을 연로자의 권위로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언제나 거듭나고 깨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것 또한 창조주의 깊은 뜻이라 믿고 있다.
변만식
기윤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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