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계올림픽 사상 첫 남녀 500m-10,000m 동시 석권 쾌거
▶ 이승훈-이상화-모태범 동갑내기 삼총사 깜짝 스타로 부상
<송년시리즈> 다시 보는 스포츠 2010 - 밴쿠버 스피드 스케이팅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거의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레와 열악한 국내 기반 시설의 이중고를 뚫고 대표팀은 동계올림픽에서 무려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1936년 제4회 동계올림픽부터 선수를 내보냈던 스피드스케이팅은 한국 빙상의 ‘맏형’이라는 자부심을 지켜 왔지만 성적은 보잘것없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남자 1,000m 은메달을 따낸 것이 최고 성적이었고, 그 외엔 이강석이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보탠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매번 금메달 문턱에서 좌절하던 선배들의 아쉬움이 신세대 ‘동갑내기 삼총사’가 한 번에 풀어 준 것이다.
지난 2월13일 남자 5,000m에서 이승훈이 ‘깜짝 은메달’을 따내면서 메달 레이스를 시작한 대표팀은 15일 모태범, 16일 이상화가 연달아 남녀 500m에서 금빛 낭보를 전해왔다. 금메달 후보로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모태범은 이어 남자 1,0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는 역주를 펼쳐 한국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간판스타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메달 레이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승훈은 23일 열린 남자 10,000m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역주를 펼치더니 세계 최강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어이없는 레인 반칙을 범하는 행운까지 따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금메달을 보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기념비적인 성과에 마지막 획을 그었다.
밴쿠버에서 거둔 스피드스케이팅의 성적은 단순히 ‘금메달 3개’라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눈부신 성과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하계올림픽에서 육상 남녀 100m를 석권한 것과 비견될 수 있다. 겨울 스포츠의 남녀 스피드 제왕을 모두 한국에서 배출한 셈이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대회 이후 50년 동안 한 나라에서 남녀 500m 우승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
여기에 한국은 이승훈이 10,000m까지 정복하면서 최단거리와 최장거리 모두 정상에 올라 명실상부한 ‘스피드 강국’이 됐다. 사실 이승훈이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낸 5,000m와 10,000m 등 장거리 종목은 그동안 아시아 선수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아시아권 선수가 팔다리가 긴 체형의 유럽 선수들의 스케이팅 리듬을 따라가기에는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국보다 앞서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일본 역시 장거리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숏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부드러운 코너워크와 무한한 체력을 앞세워 아시아에서도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예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만한 쾌거였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놀라운 성적에 ‘충격’ 등의 단어를 써 가며 찬사를 보냈고, 국내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세 스케이터의 언행이 ‘신세대 문화’의 상징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0m 우승을 차지한 이승훈을 은,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함께 치켜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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