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가듯 다사다난했던 경인년도 역사의 한켠으로 물러나고 어느덧 신묘년 토끼해 새해가 밝았다. 특별히 토끼는 옛사람을 통해 지혜와 평화의 의미로, 풍요의 상징으로 통했다.
무심히 흘러간 세월, 지난 연초에 계획된 일을 얼마나 성취했는가 스스로 물어보지만 이루지 못한 부끄러움만 가득하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최선을 다했던 일만 기억하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
‘새해’라는 말처럼 신선하고 두려운 낱말이 어디 있으랴. 새해는 누구에게나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끊임없는 소망 속에 희망을 갖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풍요롭고 멋있고 즐거운 인생인가. 희망을 가진 사람은 역경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폭풍, 비바람, 뙤약볕이 자연에 도움을 주듯이 역경도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그저 할 일 없이 강물 흘러가듯이 산다면 후회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인간의 생각은 만물의 씨앗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흘러가는 세월 속에 유한한 생과 사를 안고 살아간다. 만약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유한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이라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에는 한국 종교계의 여러 큰 별이 졌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일깨우고 무소유를 주장하며 불교적 가르침으로 세속의 삶을 가르친 법정 스님, 담임 목사 세습관행을 깨고 한국교회의 화합을 이끈 옥한흠 목사, 아프리카 오지 수단에서 슈바이처처럼 사랑을 실천하다 선종한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가 일깨워준 위대한 생애가 우리 삶을 반성하게 하고 뒤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는 허허롭지만 그들이 남긴 위대한 사랑의 가르침은 영원하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련다”는 명언을 기억해본다. 역경의 삶 속에서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내일을 향한 희망이 있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거창하고 높지 않더라도 올해는 소박한 꿈이라도 갖자. 작아도 멋진 꿈, 오늘 내일의 꿈이 끝없이 이어지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보람 있는가.
세월이 흐르며 깨닫는 것이 있다면 산다는 것은 꿈을 키우고 마음을 비워내는 것 같다는 점이다. 남을 돕고 사랑하는 것도 결국 나를 비워내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나는 독거노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간단한 집 청소, 책 읽어주기, 말동무가 되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을 도우며 아직은 건강하여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면서 인생을 배우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늘 ‘오늘이 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여유로운 눈으로 유순하게 토끼해를 보내고 싶다.
<채수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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