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협동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정평이 있다. 혼자는 잘났고 똑똑한데 두 사람 이상 모이면 단결이 잘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회의의 대명사인 국회도 언제나 싸움으로 영일이 없다.
오순도순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국정을 의논하는 생산적인 국회는 대한민국에 없다. 그런 민족성이니까 교회는 말 할 것도 없고 회원도 별로 없는 친목회조차 예외 없이 혈기가 지배한다. 그래서 동업도 잘 못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업이 시작 되면서 그날로 갈라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흔히 중국 사람을 보고 의심이 많다 비웃지만 사실은 우리가 중국 사람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부자지간도 믿지를 못하고 부부간에도 믿음이 없다. 그러니 생판 타인끼리 무엇이든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도 문제의 주제는 의심이다. 내가 낸 헌금을 누가 다 쓰지 않나, 또 어디다 그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닌가, 회계와 목사와 짜고 해먹지는 않나, 이런 불신이 화근이 되어 시정잡배만도 못한 싸움판이 벌어진다.
그렇게 의심이 가는 교회와 그렇게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라면 다니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
또 그렇게 시시콜콜 돈의 행방을 좇으려면 아예 헌금을 하지 않는 쪽이 그 자신에게나 하나님 편에서나 마음 편할 일이다.
이런 일의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함께 짐을 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간다는 ‘서로의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 내 뒤로 돌아와서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런 마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곤하다. 종업원은 주인을 의심하고 사장은 사원을 불신하고 교인은 집사 장로를, 장로는 목사를 감시하려 든다.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삼삼오오 모였다 하면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질타하고 매도하는 버릇은 이제 너무도 흔한 우리들의 풍경이다.
미국 서부의 유명인사 스탠포드(Leland Stanford)씨는 대단한 부자였으며 캘리포니아 출신 상원의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외아들이 사고로 죽었다. 그는 장례식에서 “내 아들은 내 희망이었다. 이제 나는 살 의욕을 잃었다”라고 외치며 괴로워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그 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수없이 많지 않습니까?” 그 꿈을 꾸고 난 후 스탠포드의 인생관이 바뀌어졌다. 자기 자식이 중하면 남의 자식도 중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는 당시 엄청난 돈인 2천만 달러를 헌납하여 샌프란시스코 남쪽 팔로알토에 서부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유서에서 자기의 전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젊은 세대의 교육을 위해 써달라고 기록했다. 이런 일을 보면서 우리도 정말 마음을 넓히며 살아야 되겠구나 생각한다.
다른 이를 비난하기 전에 나는 과연 무엇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돌아볼 일이다. 내가 속한 단체나 모임, 그리고 교회에 이르기까지 서로 믿어주고 감싸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남을 인정해야 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을 목사로 지내지만 많은 사람들을 한결 같이 대하지 않았던 기억이 존재한다.
남이 꼭 나를 알아주기 바란다거나 다른 교회에 다니는 성도와 내 교회 교인들을 차별했다거나, 다른 교회에서 베푸는 사랑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런 나를 보면서 나 자신의 협량을 회개한다.
우리 모두 남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연습을 하자. 성경에는 경건한 생활도 연습하면 이뤄진다고 했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소유하며 새 날들을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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