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한의학 박사, 한국의 명의 50인
체질맥 찾아내 정확한 체질감별 가능
■3대 잇는 정통 한의사 가족
“30년 전, 부모님과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어요. 당시 6남매의 장남인 저는 막 결혼한 상태라 오기 힘들었습니다. 근데 제 자식들이 성장해 미국에 유학을 와 정착하고 나니 저희 부부만 한국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 미국행을 결심한 겁니다.”
의구심은 쉽게 풀렸다. 한국에서 잘나가던 한의사가 이 한의학의 오지로 옮겨온 숨은 사연은 결국 가족이었다.
정 원장의 가족사는 한의학계에서는 유별나다. 부친인 정대영 옹(84세)은 경희대 한의대 초기에 교수로 있다 도미한 한의학계의 1세 원로. 현재 LA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그의 아들도 현직 한의사다. 장남인 정호윤씨는 UC 어바인 대를 나와 미국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시카고에서 예담 한방병원 원장으로 있다.
정원조 원장은 1971년 한의학의 명문, 경희대 한의과대에 입학해 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친 정통 한의사. 그의 집안은 3대를 이어가는 그야말로 정통 한의사 가계인 것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광명에서 25년간 한의원을 운영해온 정 원장은 ‘한국의 명의 50인’에 선정되는 등 크게 이름을 떨쳤다.
■“침도 보험 커버돼야”
그가 편하고 안정된 길을 뒤로 한 것은 불과 2년 전. 새롭게 마주친 미국 한의학계의 현실은 세간의 평과 틀리지 않았다.
“동의보감처럼 한의학은 텍스트가 전부 한문으로 돼 있지만 미국 한의대에서는 영어로 가르칩니다. 원본이 아니라 일종의 번역본을 보다보니 교육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의원을 차리기가 비교적 쉬워 과당경쟁 되는 구조입니다.”
지나치게 비싼 진료비도 낯설었다 한다. 한국에서는 침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개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에선 한의원을 방문해도 몇 달러만 내면 되지만 미국에선 몇 십 달러가 듭니다. 또 교통사고만 보험으로 커버해줍니다. 비용이 비싸니 어디가 많이 아파야 찾게 됩니다. 한의학이 좀 더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환자들이 마음 놓고 한의원을 찾으려면 침도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개혁이 성공을 거둬야 합니다.”
정원조 원장이 미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데는 가족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가 15년간 천착해온 사상의학의 심화연구와 대중화를 위해서다.
“우리에겐 중국의 그것보다 뛰어나고 가치 있는 의학이 있습니다. 태권도, 판소리처럼 사상의학도 한국 고유문화의 하나입니다. 사상의학은 그러나 이제마 선생 이후 발흥되지 못하다 80년대 와서 비로소 한의과대에 교과목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체질감별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방법이 없어 발전이 늦은 거지요. 객관적 체질감별법이 없어 의사마다 진단하는 체질이 달라지다 보니 신뢰도 얻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한의과대에서는 아예 사상의학을 가르치는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공부한 분이 적습니다. 제가 연구해온 사상의학을 미국에 알리는 게 한의사로서의 제 사명입니다. 한국의 토종 의학이 미국과 세계에서 인정받는 날은 상상이 아니라 이제 곧 설레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사상의학 치료효과 배가
그의 기세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그의 장담은 현실화되고 있다.
그가 오랜 연구와 임상 끝에 개발해낸 체질맥이 기존 감별법의 허구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체질맥은 일반 진맥과 달리 진단 부위도, 진단법도 다르다. 그의 말대로라면 체질맥은 사상의학에 과학성과 객관성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정확성이 100%입니다. 사상의학이 한국적인 의학체계임에도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체질 감별 방법이 없어 불안정한 위치였습니다. 제가 개발한 체질맥은 누가 검진해도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사상의학으로 치료하면 치료효율이 압도적으로 증가합니다. 침을 5번 맞아야 할 것을 2번만 맞으면 됩니다. 한약도 3달 먹을 것을 1달만 먹으면 됩니다. 이제 사상의학이 생활의학으로 활짝 열릴 것입니다.”
탄탄한 이론과 25년의 치료경험 그리고 15년의 심화연구를 통해 쌓아올린 내공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사상의학 새 연구’란 책을 펴냈다. 여덟 가지 정확한 체질과 그가 찾아낸 체질맥을 바탕으로 체질침, 체질 치료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정원조 원장은 내년부터는 대학원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상의학을 세상에 전파하고 후진들을 양성하고자 한다. “이걸 제대로 가르치고 죽겠다”는 게 그의 단단한 각오다.
한의학의 본향을 떠난 그는 지금, “사후 백년 뒤 모든 사람들이 사상의학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언한 이제마 선생의 가르침을 미국 땅에 전하는 참의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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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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