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횡단을 시작한다. 한반도 동쪽 끝인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하여 휴전선을 따라 서쪽 끝까지 걸어가고자 한다. 연평도와 백령도까지도 다녀올 계획이다.
한반도를 갈라놓은 서글픈 땅. 248km(155마일) 6,400만평의 넓은 땅. 이 땅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가야만 하는 땅이다.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그곳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갈 예정 이다.
지난 2009년 봄, 한반도 남쪽 끝인 전남 해남군 땅끝 마을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국토종단을 했었다. 내 나이 60되는 해였다. 환갑을 맞아 내가 태어나고 나를 길러준 고국 땅을 끝에서 끝까지 걷고 싶었다. 걸어가면서 살아온 날을 반추하고, 어떤 게 바른 삶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통일이라는 꿈이 멀어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하나 될 그 땅을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었다.
남녘 종단을 끝내고 나서, 북녘 땅을 걸어 반도의 끝까지 가고 싶었다. 허지만 사정이 여일치 않았다. 그 일은 차근차근 노력하기로 하고, 우선 반도를 묶고 있는 허리띠를 따라 걷기로 작정했다. 휴전선은 안녕하신지. 그 부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통일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볼 계획이다.
지난번 국토종단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여정을 ‘조국통일기원 국토횡단’이라고 이름 붙인다. 휴전선 따라 155마일이라니 걸어야 할 거리는 구불구불 길 따라 200마일 남짓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도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 먼 길을 어떻게 걸어가느냐,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 일본 지진으로 인해 방사능 낙진이 예상되고 중국에서 황사가 불어온다는데 괜찮겠냐, 등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사실은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 준 이들이 있어 내 이민생활이 외롭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산을 넘어 걷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먹고 자는 곳은 어떨까. 지난번에는 세 번씩 아찔한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누군가는 경험이 있으니 쉽지 않겠냐고 묻지만 그런 경험 때문에 오히려 더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힘들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또 어디 있겠는가. 걷다보면 목적지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가려한다.
이번 여정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하여, 인제, 원통, 양구, 화천, 철원을 거칠 예정이다. 그리고 경기도 연천, 포천, 파주, 임진각을 거치면 서해바다에 이를 것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DMZ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을 비롯, 지난 해 힘들었을 연평도 주민들, 그리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볼 참이다. 어렵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힘든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리라 믿는다.
길 따라 걷다보면 산천이 바뀌면서 만나는 사람도 느낌도 달라질 것이다. 경기도를 포함하여 지난번에 전해드리지 못했던 지방의 이야기, 지나는 길에 얻게 될 사연을 담아 고향 소식을 그리는 동포들에게 미주한국일보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드리게 될 것이다.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이번에는 혼자서 떠난다. 조국통일을 기원하며 국토횡단을 위해 길을 나선다. 성원을 부탁드린다.
정찬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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