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리
듀오 LA 커플 매니저
2006년 봄, 주택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때였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마음에 나는 덜컥 집을 장만했다.
발단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분이 결혼 상담을 하러 왔다가 “한참 뜨는 곳이 있다”고 한 말이었다. ‘샀다가 바로 팔아도 돈이 되는 집’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
그런데 곧 되팔 생각으로 샀던 집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집을 살 임자도 나타나지 않다 보니 결국 그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직장과의 거리가 상당했기에 각오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산 집이 지금까지도 나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막상 들어가서 살아보니 이것저것 고쳐야 할 게 너무도 많았다. 하나를 고치고 나면 또 하나가 눈에 띄어서 집을 산지 5년이 되도록 계속 틈틈이 수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정이 들어서 “내 집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 마당에는 자두나무, 아보카도, 대추나무가 있고, 며칠 전에는 코스모스와 봉숭아 씨를 뿌렸더니 새싹이 수줍게 올라왔다. 또한 집수리에 취미를 가진 친구부부가 일찍 은퇴를 해서 거의 한 달 동안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뒷마당에 멋진 패티오도 만들어주고 모닥불을 지필 수 있는 멋진 화덕도 만들어주었다.
점점 더 예쁘게 탈바꿈 하는 집을 보면서 정이 들고 편안해졌다. 이제는 “집과 인연이 있어서 내가 보지도 않고 덜컥 사게 되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자와의 만남도 그런 것 같다. 처음부터 딱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나와 인연이다’ 싶은 상대방에게 정성스레 배려하고 맞추며 살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내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물건을 살 때도 덜컥 사버리곤 한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이것 저것 비교하기 보다는 처음에 들어간 가게에서 다 결정하고 사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의 집에는 그렇게 예정 없이 산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사용할 때마다 “이건 그때 일본에서 샀지. 이 물건은 캐나다 여행에서 꼬임에 넘어가 샀었지” 하며 재미있는 회상에 잠긴다. 그러면서 “이런 물건도 나하고 이렇게 인연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을 하곤 한다.
배우자와의 만남도 이것저것 너무 따지지 말고 만남의 기회를 충분히 가지다 보면 뜻밖의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내가 보지도 않고 산 우리 집처럼 말이다.
집이든 물건이든, 혹은 사람이든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고, 결정에 회의를 갖기도 하지만, 하나 둘씩 스스로 노력하며 다듬다 보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인연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연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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