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오그라드 국제 펜대회를 다녀와서
▶ 한우연 시인
왼쪽부터 손희숙 시인, 김영중 부회장, 이승희 부회장, 존 소올 국제펜 회장, 이길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 김문희 미주 펜회장, 한우연 사무국장.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금년 국제 펜대회의 주제는 ‘문학-세계의 언어’였다. 9월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 국제 펜대회는 하나의 큰 문학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국제 펜의 자격요건으로 국적, 언어, 인종, 피부색이나 종교를 불문하고 저작물을 출간한 모든 작가들에게 회원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각국에서 모여든 작가들로 무엇보다 행사의 다채로움과 화기애애함이었다.
이곳 미주 펜 대표로 김문희 회장과 함께 김영중, 이승희 부회장, 한우연 사무국장과 하와이의 손희숙 시인이 참가했다. 12일 오프닝 분과회의에서는 이길원(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의 북한 작가들의 실상과 탈북 작가들의 활동 지원 등에 대해 진지한 의견이 교환됐다.
또한 2012년에는 78차 국제 펜대회가 한국 경주에서 개최되기에 그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이 함께 소개됐다. 이 자리에는 경주시청 문화관광과에서 파견된 실무진도 함께 했다.
이어 국제 펜 회장인 존 소올이 진행하는 문학의 밤이 시내 중심지에서 각국에서 참석한 작가들과 베오그라드 현지인도 참여한 가운데 2시간 넘게 한국에서 온 한국본부 회원 10여명도 우리 미주 펜 대표팀과 진지하게 경청했다.
베오그라드는 세르비아 공화국의 정치, 경제적 중심지이자 수도이다. 5~6세기 처음 이 지역으로 이주해 내려온 슬라브족들이 ‘하얀 도시’라 부르며 유래하였다. 북부는 다뉴브 강이 흐르는 평야지대로 매우 비옥한 토지로 이루어졌으나 남부는 알프스 산맥과 발칸 산맥으로 둘러싸인 석회암 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베오그라드의 역사의 숨소리를 듣는 지점에 도착했다. 다뉴브 강(도나우 강이라 부르기도 함)과 사바 강이 합류되는 곳에 올라 강물의 침묵을 어루만져 보았다. 시공을 넘나드는 언어의 위대한 날갯짓에 바람이 유인됐다. 역사는 문학이고 문학은 생명의 뿌리이다. ‘언어를 자유롭게 하라’는 페스티벌의 슬로건처럼 자유한 물결이 출렁거렸다.
세르비아인들은 19세기 초에 일어난 그들의 2차에 걸친 오스만-터키 항쟁이 발칸반도의 여러 이웃 나라들에서 대 터키 항쟁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한국인처럼 민족적인 자부심과 자긍심이 무척 강한 민족임을 알게 되었고 또한 예술적 향유의 자유로운 숨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문학-이것이야말로 세계의 언어이다. 베오그라드의 드높은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었다. 언어의 황홀한 자유로움이 이 자연 속에 용해되는 순간을 우리는 보았다. 봄이 오면 대지와 함께 피어나고 가을이면 수많은 별로 가득 찬 이곳은 수많은 외세 침략과 내전으로 가슴 시린 상처를 많이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 상흔을 땅에 묻고 한 편의 낭만적인 시가 흐르는 곳으로 갈구하는 그들은 언제나 자유와 문학의 중심에 서서 있기를 구원하고 있었다.
베오그라드에서 바라본 석양은 붉은 불꽃이 평원에 옮겨놓은 듯 놀랄 만한 장관으로 펼쳐졌다. 그럴 때면 도시 아래로 흐르는 두 갈래에 비친 하늘의 붉은 빛이 온 도시로 퍼져가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마지막 붉은 태양빛이 베오그라드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져 조그만 유리창까지 붉게 칠하는 순간을 포착하게 된다.
우리는 그 곳에서 발칸 모임과 ‘문학-세계의 언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제77차 국제베오그라드 대회를 직접 참가하며 ‘한글’이라는 모국어로 표현하는 작가로서 한결 고무되었다. 우리의 가슴으로 와 닿는 우리네의 가나다라-- 얼마나 위대한 우리 한글인가.
떠나는 날, 이 도시의 역사와 언어의 광대함에 놀란 우리에게 ‘하얀 도시’라는 이름의 베오그라드에서 만난 소녀는 “하양(White)은 당신 마음 속에 담아 가세요”라고 지혜롭게 말해 주었다. 그녀의 언어에서 나는 한 줄 리듬의 서정시를 읽고 그리운 사건처럼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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