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무관심 정치인들
이젠 불러주면 달려가겠다고"
지난 29일 루터 잭슨 중학교에서 버지니아한인회(회장 홍일송)와 본보 공동 주최로 열렸던 미 정치인 초청 후보자 토론회가 끝난 지 며칠이 됐지만 계속 화제다.
32명의 지역 정치인들을 두 시간 반 동안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이것저거 따져 묻는 자리였으니 그럴 만 했다. 그런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류사회든 한인사회든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에 확실하게 한인 유권자들의 존재를 그들에게 인식시킨 점이 큰 소득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미 정치인들은 한인사회에 별로 관심 없었어요. 한인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마이클 권 버지니아한인회 수석부회장(사진)은 “행사 전 나흘 간 하루 한 두 시간 밖에 못잤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후보들에게 던질 질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들에게 할 말을 꼭 하자는 생각에 각 후보들의 경력과 공약, 신문 기사들을 꼼꼼히 연구했다. 후보에게 맞는 이슈를 하나 골라내면 부드러우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회자의 직선적이고 솔직한 질문을 받은 후보들은 정치적 수사로 적당히 위기를 넘길 수는 없었다. 영어 공용화를 주장했던 린다이 켄들 광역 교육위원 후보, 한인사회에 관심이 적지 않았느냐 질타를 당했던 딕 새슬로 주 상원의원, 한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챕 피터슨 상원의원 등등.
딕 새슬로 상원의원은 “한인사회가 불러만 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밝혀 웃음도 샀다. 버지니아주에서 가장 힘 있고 선거 자금도 제일 많은 모은 것으로 알려진 새슬로의 태도 변화는 그날 행사를 계기로 한인사회의 비중이 순식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줬다.
권 부회장은 “후보들로부터 피드백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젠 정치인들의 레이다에 한인들이 포착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주최 측 계산으로 토론회를 방청한 한인은 약 350명. 여러 가지 악조건을 감안할 때 그런대로 목표는 채웠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고 다음 기회 때는 더 넒은 장소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망 있고 재력 있는 한인들이 나서서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 같은 정치 행동 조직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만들어졌으면 소망도 있다.
“한인회 임원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권 부회장이 모든 공을 함께 일한 한인회 임원들에게 돌리는 이유가 있다. 수십 번 준비 모임을 가지면서 경비가 발생할 때마다 임원들은 서로 비용을 부담하려 했고 맡은 책임은 끝까지 완수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제가 버지니아한인회 수석부회장을 수락할 때 조건을 걸었습니다. 타운 홀 미팅과 후보자 토론회를 꼭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거든요. 두 가지 목적을 다 달성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밀린 잠을 실컷 잤다는 권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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