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졸업 후 ‘잘 나가는 변호사’를 꿈꾸던 한인 2세 김 모(32)씨는 최근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에 변호사 구직을 포기하고 보험회사 에이전트로 취업했다.
보스턴 지역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워싱턴 지역의 쟁쟁한 법대를 졸업한 김 씨는 학자금 대출로 20만 달러가 넘는 빚을 안고 있다. 끝 모를 경기 침체 속에 당초 꿈꿨던 ‘대형 로펌’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수년간 학자금 융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학부와 법대의 비싼 등록금 대부분을 융자로 해결하다보니 졸업 후 이를 갚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해 버지니아주 공립대를 졸업한 김모양(23)도 직업을 찾지 못해 전공과는 상관없이 한 치과 오피스 리셉션니스트 일을 시작했다. 대학 학비 융자금 2만 5천 달러를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 상환의 압박 때문 .
한인 치과의사 이모씨도 최근 학자금 대출상환 독촉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는 치과를 운영하다가 신상 문제로 폐업했고 그 과정에서 개인 파산을 했다. 학자금 대출은 파산을 해도 탕감되지 않기 때문에 컬렉션 회사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박씨는 “현재 친구 치과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월급의 일부를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아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의 늪 속에 이처럼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 내 수많은 대학 졸업자와 학생들이 학자금 빚에 허덕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4년제 졸업에 필요한 비용이 최고 20만 달러에 달하는 사립대학들은 물론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공립대학들의 등록금도 크게 치솟고 있는데다 불경기로 구직난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학자금 부채를 짊어진 대졸자와 학생들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연방, 주정부 가릴 것 없이 국공립대학 예산을 삭감하면서 학비는 오르고 취업문은 점점 바늘구멍이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 연방 교육부(USDE) 지난달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학자금 상환 예정자 360만명 중 8.8%에 해당하는 32만명이 상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8만명이 증가한 수치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현재 전체 실업률이 9.1%를 보이는 가운데 20-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거의 15%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6.5%였던 대학생 부채 체납율이 지난 6월에는 11.2%까지 증가한 것에서도 그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
막대한 학자금 부채 때문에 파산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방 파산법상 학자금 부채는 파산을 신청한다 해도 탕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는 경우에 정부는 월급이나 개인 소득세 환불을 압류하는 등 비교적 엄격하게 대처한다. 학자금 대출은 파산을 해도 상환 의무가 남기 때문에 소셜 시큐리티나 상해보험 혜택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한 한인 변호사는 “학자금 융자 상환을 못해 힘들어하는 한인들은 은행이나 융자기관과 합의해 페이먼트를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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