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남북한이 합동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연말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공연한다는 계획 말이다. 북한을 방문하여 합의를 보았다니, 올 연말에는 속 시원한 소식이 들리려나?
연주할 곡목은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라고 한다. ‘모든 인류가 형제되리’라고 노래한 대시인 쉴러의 가사와 베토벤 말년 불굴의 의지가 마지막 악장에서 만나는 명곡!
1989년 12월25일, 독일이 통일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축하하는 연주회에서도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 2차 대전 참전국 연합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졌었다. 4악장 가사 가운데 ‘환희’를 ‘자유’로 바꿔 부른 이날 연주회는 음반으로 남아 아직까지 당시의 열띤 분위기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지휘자 바렌보임은 “음악이란 폭력과 추악함에 대항하는 최고의 무기”라고 말했다. 음악은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선은 널리 알려진 클래식 음악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작곡한 창작곡이나 아리랑 같은 전통적 음악이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창작과 합의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남한의 텔리비전 드라마나 영화, 가요 등이 흘러들어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작품들도 파괴력이 크겠지만, 사상이나 생활수준의 차이로 자칫하면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데 그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동서양을 아우르며 역사적으로 검증된 클래식 음악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통일을 염원하는 음악회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어서 가슴 셀레인다.
얼마 전에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샤를 뒤투아가 제안한 ‘8.15 광복절 남북한 합동 오케스트라 공연’ 계획을 북한 문화성이 최종 승인했고, 일이 성사되면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공연할 것이라는 반가운 뉴스가 있었다.
그리고, 올 광복절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바렌보임이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임진각에서 연주했다. 그가 이끌고 온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화해와 소통을 정신적 기저로 삼는 오케스트라로 구성원은 유대계와 아랍계의 혼성이다. 특히 광복절 날에는 임진각에서 조수미를 비롯한 4명의 솔리스트와 130여 명의 합창단이 합창교향곡을 연주해 임진강 너머 멀리멀리 울려 보냈다.
통일은 마치 도둑처럼 올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일제강점에서 벗어난 해방이 남의 힘으로, 원자폭탄 한 방에 느닷없이 들이닥쳤듯, 통일도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하나 되고,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은 문화예술의 몫이다. 그 중에서도 음악이 먼저 물꼬를 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음악은 말없이 스며들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남북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합창교향곡을 듣는 감동이 기다려진다.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부디 이런 일을 정치적 잣대로 재고, 이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장소현 <극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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