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아메도 내 사랑아”
판소리에는 ‘사랑가’로 따로 떼어서 부르는 것은 없다. 춘향가 중에 사랑가 한 대목이 있는데, 진양조의 ‘긴 사랑가’와 중중모리의 ‘자진 사랑가’ 두 개로 나눈다.
대개 판소리는 슬픔과 한을 주제로 하는데 비해서, 즐거운 곳에서나 흥을 돋워야 할 장소에서 부르기 편안한 소리가 춘향가 중 이 도령과 성춘향의 노골적인 성 묘사 장면이 나오는 이른바 ‘자진 사랑가’이다.
영화 ‘서편제’에서도 술집에서 술꾼들에 둘러싸여 진한 농담과 함께 불리던 것이 바로 이 장면이다.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깨트리고 강능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붉은 점 움푹 떠 반간진수로 먹으랴느냐.”
본 사랑에 곧바로 들어가기가 멋쩍기도 하여 듣기만 하여도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할 달콤한 빨간 수박 속을 권하지만 좋다고 덜컥 받아먹을 춘향이가 아님을 독자들이 먼저 짐작할 것이요.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싫다고 이 도령이 돌아서면 이야기가 되질 않는 법.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 지루지하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사탕의 혜화당을 주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온갖 먹거리를 권해 본데도 춘향이 응하지를 않는다.
아니면 도련님이 속내를 뒤로하고 겉으로만 빙빙 도는 것이 내심 싫었을 수도 있다.
그러자 이 도령이 아주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서는데 먹으랴느냐”면서 여태껏 구슬리고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사랑하기를 주도하는데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성 체위 묘사를 이토록 은유적이면서도 적나라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원래 판소리 열두 마당이 민간에 성행하였는데 지체(?)높은 양반들과 고관대작들을 희롱하고, 질펀한 음담이 많은지라, 요즈음으로 치면 유언비어요, 점잖게 표현하면 풍속을 해친다고 하여 ‘금지가요’로 처벌을 가하니, 녹음시설도 없던 때에 자꾸만 잊혀 버리고, 이제 겨우 ‘다섯 마당’이 남아 있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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