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고치거나 건강을 지키려 할 때, 우리는 “어떤 음식이 약이 되나?”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의학은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밥상도 속도, 횟수, 분량이 달라지면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뜻이다.
‘얼마나 빠르게?’ -혈당 스파이크의 숨은 범인
당뇨가 있는 사람은 보통 탄수화물을 줄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섭취 속도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과일을 한 조각씩 씹어 먹으면 과당이 천천히 흡수되어 혈당 상승이 완만하다. 반면 사과 주스를 단숨에 들이켜면 사과 네댓 개 분량의 당이 몇 초 만에 들어와 혈당이 급등한다. 한의학에서는 “기(氣)는 서서히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영양분이 너무 빠른 속도로 흡수되면 기가 갑자기 한 곳으로 몰려 몸의 조화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자주?’ - 내 몸의 나이와 리듬에 맞춰라
소화력이 약하면 일정한 식사 시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는 위장 근육과 소화 효소가 “곧 음식을 받는다”는 신호를 받아 미리 준비할 여유를 준다. 더 나아가, ‘하루 세 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활동량과 성장, 신진대사(메타볼리즘) 속도에 따라 최적의 식사 횟수가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창 자라나는 성장기 어린이는 하루 4~6번의 식사로 에너지를 자주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반면 성장이 멈춘 성인은 3끼,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중년에서 노년에는 2끼의 식사로도 충분할 수 있다.
채소의 역설- ‘얼마나, 어떻게’ 조리하는가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다며 무작정 샐러드나 생과일 주스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우리 몸에 다량의 생섬유질을 바로 분해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초식동물과 달리 인간의 위장은 갑작스러운 섬유질 폭탄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는 오히려 장내 가스를 늘려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나 소장세균과다증(SIBO)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 “담(痰)과 적(積)이 쌓인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상황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채소 중심 식단을 지닌 문화권에서 채소를 익히거나 발효시켜 먹는 데는 이러한 지혜가 담겨있다. “찬 성질의 야채는 익혀서 따뜻하게, 따뜻한 성질의 고기는 과열을 피하라”는 것이 한의학 식단 원칙의 기본이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건강한 식사의 기술
건강한 식사는 몇 가지 기술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선 음식의 양을 조절하고 먹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끼에 섭취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를 각각 내 손바닥 한 장 크기와 두께 정도로 제한하면 과식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한 숟가락을 15~20회 이상 충분히 씹어 침과 잘 섞이게 하면, 당 흡수 속도가 느려지고 위장의 물리적 부담도 줄어든다.
조리법과 식사 간격에도 신경 써야 한다. 채소는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데치거나 볶고, 고기는 속이 약간 붉을 정도로만 익히면 영양 파괴를 최소화하며 소화를 도울 수 있다.
이렇게 준비한 식사는 최소 4~5시간의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섭취하여, 우리 몸의 소화 시스템이 일과 휴식의 리듬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결론- ‘어떻게’ 균형이 진짜 건강을 만든다
우리의 소화 기관은 따뜻한 보일러이자 정교한 화학 공장이다. 좋은 음식만 고집하며 불규칙하게, 빠르게, 과하게 먹는다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오늘 식탁에서 속도를 늦추고, 시간을 맞추고, 분량을 조절하는 작은 변화를 시작하자.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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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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