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5년만에야 내 차가 생겼다. 운전면허를 세 번이나 떨어진 탓도 있지만, 차를 소유하는 것이 께름칙해서 미루고 미룬 탓도 있다. 차를 몰면 휘발유를 쓰게 되고 휘발유를 쓰면 환경에 좋지 않을 뿐더러, 미래에 아이들이 써야 할 자원을 끌어다 쓰는 것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를 사기 전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다녔다. 걸어서 30분 내외의 거리는 아이를 유모차 태워서 걸어 다니고, 더 먼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행선지가 같은 곳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카풀을 해서 다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차로 30분 거리를 1시간 반정도에 걸쳐 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움직여야 했고, 걸어서 갈 때면 차로 다니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은 더 여유로웠던 것 같다.
사실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편하기로 말하면 비할 데가 없다. 차 없이 다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차를 사고 나서 이상하게 마음에 여유가 없다. 분명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줄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도 말이다. 마음이 더 바빠져서 ‘빨리빨리’를 더 많이 외친 것 같다.
이제는 환경이고, 자원이고를 떠나 가끔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위해 다시 아이와 유모차를 몰게 될 것 같다. 내일 당장 도서관부터 다시 걸어서 가 볼 생각이다.
송민정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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