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생존 해병대 장병으로는 처음으로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다코타 전 병장은 오른 팔에 총상을 입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 결과 4명의 동료 장병 시신은 물론이고 궁지에 몰린 13명의 다른 동료 대원과 다친 아프간 장병 13명을 구해냈다. 또 최소 8명의 적군도 사살했다.
무공훈장 수여 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알리기 위해 백악관 참모들이 그와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데 그 참모는 마이어 병장의 점심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일과 시간에는 자신의 일에만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생사를 넘나들며 탈레반과 전투를 벌였던 그가 영국의 군수업체(BAE 시스템스)에 취직했고, 이 회사가 파키스탄에 무기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팔린 그 무기가 자신의 동료를 겨누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즉각 그의 상사에게 항의했다가 질책과 함께 왕따를 당했다. 그래서 이직을 하려고 했으나 이직도 못하게 방해를 해서 그는 지금 실직 중이고, 군수업체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고 CNN이 11월 29일 보도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날까. 만약에 이런 유사한 일이 한국이라면 국민의 90% 이상이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1951년 5월 17~25일 사이의 현리 전투는 한국 전쟁에서 제1의 패전사로 기록된다. 당시 군단장이던 유재흥은 사단장일 땐 7사단을 해체해 버리고, 덕천에서는 중공군의 꽹과리 소리에 놀라 2군단이 궤멸했다. 멀쩡했던 3군단이 포위당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어서 보급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연락기를 타고 혼자서 도망쳐 버렸던 지휘관이다. 3군단이 해체되면서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전시 작전권이 미군에 이양되게 되었다.
그가 군인이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들 같은 애국심만 있었어도 남북분단 상황까지도 뛰어 넘을 수 있었겠다 생각을 하면 소름마저 끼치게 한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같은 일본 육사 출신 박정희 정권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주요국 대사로 워밍업을 하다가 국방부 장관까지를 꿰찬다.
그런가 하면 한미연합사 해체를 반대하고 더 나아가 군작전권 환수를 반대하는 선두에 선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리 전투 당시 중공군의 포로가 되어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1994년 극적으로 탈출한 조창호 소위가 2006년 사망할 때까지 그의 옛 군단장 유재흥을 면담하려 했으나 끝내 고사한다. 그런 유재흥이 엊그제 죽으니 국립현충원에다 묻었단다.
그와 조국에 충성을 다짐하다가 전몰한 4,000여 3군단 예하 현리 전몰 장병과 유가족, 후배 군인들에게 어떻게 ‘군인의 길’을 이야기하며, 부하들에게 ‘명예’를 이야기할 수가 있을까.
상기한 두 가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소설가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의 무대가 되는 ‘안개 낀 무진시,’ 그 안개는 태생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개인이건 그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선이 악을 제압해서 안개가 없는 평온함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분에 넘치는 권력이나 돈이 있을 때에는 어김없이 악랄함이 나타난다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상호 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국가적 불의가 안개처럼 자욱함에 답답하기 그지 없다. 워싱턴 동포사회라고 다를 것이 없는 것은 안개너머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의 지기들은 보이지를 않고, 머리 없이 발목만 돌아다니는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특정 관련 단체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은 항상 안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정작 자신들은 모른다. 수정 같은 작은 물방울들이라고 강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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