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방문 할 때면 정말 한국의 발전상에 놀란다. 해가 지면 도로에 펼쳐진 꽃밭처럼 네온사인과 하늘로 올라간 빌딩 창문마다 불꽃송이가 하나 둘 켜지는 간판의 호화찬란함에 또 놀란다. 이곳 미국은 실질주의 나라라 그렇게 간판의 호화로움이 없는데 정말 고국을 다녀오고 나면 이곳은 정말 적막강산 같은 느낌에 한 동안 젖기도 한다.
제철을 만난 듯 10월에 내리는 함박눈은 탐스럽기까지 하다.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사이로 가늘게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나비같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내리는 함박눈. 낭만을 가득 실은 한 폭의 멋진 가을 속의 겨울 풍경이 사뭇 눈에 감긴다.
8박 9일 간의 전국 투어, 우리 일행은 모두 교포들로 광화문에서 만나 관광버스에 올랐다. 고속도로로 달려간 첫 번째 코스는 이성계 영정이 봉안된 ‘경기전’이었다.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내장산 국립공원엔 10월 초라 단풍은 그리 곱게 물들지 않았다.
목포를 경유 한반도 최남단 땅 끝에 위치한 해남으로 이동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인 ‘녹우당’을 관람하고 수려한 자연경관과 백제 무령왕 시대의 ‘대흥사’로 유명한 ‘두륜산 도립공원’의 국내 최장 1,600m 선로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에 올랐다. 화창한 날씨 덕에 전망대에서 다도해와 멀리 제주 한라산까지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국내 최대의 녹차 생산지 보성 녹차밭, 담양의 죽녹원 대나무 숲 산책 코스는 얼마나 정겹던지 모른다. 가수 조영남의 히트곡인 하동의 ‘화개장터’에는 온갖 산나물과 굵직굵직한 밤, 즉석에서 끓여주는 장터 국수맛은 일품이고 마냥 고국 향수에 젖고 싶었으나 시간 없다고 재촉하는 가이드에 순종하느라 모두들 아쉬움을 남겼다.
통영으로 이동,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적인 ‘제승당’을 두루 돌아보고 한려수도의 유람선에 올라 밀려드는 관광객은 마치 전쟁이 난 듯 인산인해 속에 밀리고 밀린 그날은 날씨마저 갑자기 추워져 동태가 될 뻔한 날이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50여분 만에 제주 공항에 도착해 그길로 잘 가꾸어진 분재 예술원과 유명인들의 밀납인형 전시관인 제주국제 평화센터를 돌아보았다. 제주 천연기념물인 새 섬을 연결하는 서귀포의 미항 세연교 다리의 멋짐에 반해 2시간이란 유람의 시간이 너무나 짧기만 했다.
올레길로 이름난 외돌개 해안 목재 산책로를 오르내리며 바다에 솟아 있는 형형각색의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했고, 제주의 생활을 그대로 간직한 성읍 민속마을을 관광하면서 가이드의 익살스러운 재담에 한바탕 엔돌핀을 쏟아냈다.
드라마 올인 촬영지이며 기생화산으로 유명한 ‘섭지코지’와 말미오름을 걸어 올라가느라 숨을 헐떡거리고 수 많은 세월동안 비바람 풍랑에 씻긴 용두암에선 해녀가 금방 따온 해삼, 멍게 맛이 일품이었다.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의 왁자지껄함 속에 싱싱하게 날뛰는 온갖 생선도 대단했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영화제가 열린다고 야단법석이고 해변가에 늘어선 고층 빌딩들은 상상을 초월한 멋진 건물들로 꽉 찬 신도시였다. 세계 어디에 내 놔도 뒤지지 않을 도시임에 틀림없다.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과 첨성대를 두루 돌아보며 마침 수학여행 시즌이라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었다.
속초를 경유 마지막 코스 설악산에선 이른 아침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만물상을 배경으로 저마다 짝지어 추억을 담느라 찍고 또 찍고를 연출하고, 강원도의 감자떡과 찰옥수수를 사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설악산을 뒤로하고 서울로 떠나오는 차창 밖 풍경은 논두렁마다 가득가득 메운 누런 벼들은 풍년을 알리고, 황금 논밭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흐뭇했다.
600만 청중을 울린 랜드 포쉬 교수는 “늘 삶을 즐겨라 즐긴 만큼 삶은 내 것이 된다”고 말한다.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우리 노년의 삶, 감사의 날들로 엮어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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