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가듯 시간이 흘러가고 다사다난했던 신묘년 토끼해도 서서히 역사의 한편으로 물러가고 있다. 모든 것이 떠나가는 계절, 시간의 강물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세모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12월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벽에 걸려 있는 마지막 달력이 마치 나목에 붙은 낙엽처럼 앙상해 보인다.
세모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 더 많은 생각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고 오색찬란한 전등과 징글벨 소리가 들려온다. 12월은 마음이 풍성해지기도 하지만 또한 공연히 들뜨기도 한다.
이제는 나도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짧음을 허무하게 느끼는 것도 세모라는 계절 탓 때문일까. 자연의 이치는 삶의 이치다. 자연은 채움도 있었으니 이제는 비움으로 인간에게 인생을 가르쳐준다. 자연은 거짓이 없고 뚜렷한 목적이 있다.
세모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나눔의 계절이기도 하다. 미국도 심한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넘쳐 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인심도 날로 각박해 지는 것 같다.
이제 이민 1세도 독거노인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방문이 힘들면 전화라도 드려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마음, 작은 물질이라도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삶인가. 한 해를 보내는 12월! 이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고 더 많이 베풀고 나누는 삶을 가꾸고 싶다. 이것이 세월이 가르쳐 준 연륜이다.
채수희 / 미주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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