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0월 19일자 어느 지역신문에 다음과 같은 재밌는 삽화가 실렸다. 당시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브래덕지구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나와 테씨 윌슨 후보 사이의 치열한 선거전을 묘사한 것이다. 언론에는 둘 사이의 공방이 서로 멱살을 움켜쥐고 주먹을 흔들어대는 난타전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해 11월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처음으로 교육위원 선거가 열렸다. 그 전까지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은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이 임명해 왔으나 주민투표를 통해 교육위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교육위원 후보는 정당에서 공천할 수는 없으나 후원은 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당시 임명제도에서 선출제도로 바뀌는 전환기에 단기 임명직 광역교육위원으로 있었던 나는 원래 광역위원 후보로 출마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브래덕지구에서 민주당 후원을 받아 출마하려 했던 후보의 갑작스런 불출마 결정으로 인해 브래덕지구의 민주당 후원 후보로 급히 차출되어 출마케 되었다. 그 때 테씨 윌슨이 공화당 후원 후보였다.
그 당시 선거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이 없었던 나와 달리 윌슨 후보는 카운티 공화당의 중진 간부로서 많은 선거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녀의 남편은 전국 공화당 후보들에게 정치전략을 자문해주는 전문가여서 윌슨 후보가 훌륭한 선거전략을 세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 때가 교육위원을 주민의 손으로 뽑는 첫 선거여서 주민들의 관심이 상당이 높았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도 영향력 확보를 위해 최대의 경주를 기울였다.
덕분에 선거전은 치열했고 나와 윌슨 후보 사이에서는 선거법 위반 시비에서부터 시작해 인종갈등 조장 시비까지 뜨거운 공방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선거 문외한이었던 내가 윌슨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난다.
그 후 4년이 지난 1999년 선거에서 윌슨 후보와 나는 재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역시 치열한 선거전이 재개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현역이었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에도 나의 석패였고 결국 서로 1승1패를 주고 받았다.
2003년 선거에서는 내가 광역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에 둘이 직접 대결할 일은 없었으나 서로 다른 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소속당 후보들을 지원하며 선거를 치뤘다.
이 선거 때 윌슨 후보와 처음으로 동반 당선이 되었고, 2007년에도 윌슨 위원은 브래덕지구에서 그리고 나는 광역후보로 출마해 재선되며 지난 8년간 동료 교육위원으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제 윌슨 위원은 어제의 정기회의를 마지막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은퇴를 한다. 교육철학과 정치적 견해 차이로 비록 교육현안에 항상 뜻을 같이 한 것은 아니지만 동료 교육위원으로서 윌슨 교육위원이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 봉사는 아무리 감사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위원으로서 특수교육과 대학진학 학자금 조달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 온 윌슨 위원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반대 입장에 서기도 했지만, 지난 8년간 동료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함께 공교육에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에 서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관계가 되었다. 열성 공화당원인 그와 그의 남편이 지난 선거 때는 민주당원인 나에게 표를 주었다고 귀엣말을 건네는 윌슨 위원에게 감사했다.
영원한 적은 없다고 했던가. 어차피 각자 좋은 뜻을 품고 공공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공직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개인적으로 서로를 적대시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선거 때면 의례히 등장하는 정치공세로 인한 상처를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갈 필요도 없다.
은퇴 후 평소에 못했던 여행을 좀 실컷 해보고 싶다는 윌슨 위원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전하며 은퇴 후 삶에도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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