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글 한국학교 협의체 NAKS는 LA 지역을 제외한 미 전국과 인접 캐나다 및 남미 과테말라, 동남아 및 유럽 지역의 일부 한국 학교까지를 역외 회원으로 아우르는 거대 광역조직으로 미국에는 워싱턴 WAKS를 포함한 14개 지역 협의회가 편성돼 있다.
산하에는 약 7백여 학교에 약 7만 명의 학생과 5천여 명의 교사 임원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어 동포 단체 중 그 규모와 전국 조직체계로는 단연 으뜸이다. 재원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30년이 넘도록 교육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아주 신기하고도 귀중한 자원 봉사조직이다. 그런데 이 거대 한글 조직의 가장 큰 약점이면서 꼭 풀어내야 할 첫 번째 숙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 지향적인 계획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집행할 추진 동력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글 교육에 종사하는 대다수 교사 임원들은 자원 봉사형이며 따라서 이들은 생계의 수단으로 본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글 교육에 투입할 시간과 노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또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나 전직 교사들이 모이다 보니 큰 조직을 활성화시킬 경영적 안목을 갖추기 어렵다. 또 임기가 2~3년에 불과하여 과감한 장기 계획을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경험과 시행기술을 필요로 하는 집행협의회장단은 교육전문인이 맡되, 재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는 과감하게 회칙을 개정하여 교육지향적인 실업인 경제인 재력가와 중진 교사 교장 출신자로 조합하고 임기를 현 3년에서 최소 5년 이상으로 연장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NAKS 이사나 이사장은 현직 학교 관계자로 제한하여 스스로 한계를 자초하고 있으며 WAKS의 경우는 오히려 발전적으로 개방되어 있으나 초기인 관계로 교사출신 이사가 수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내부적 숙제 2와 3에 해당하는 ‘자격을 갖춘 교사 양성’과 ‘한국 역사문화 교육 방식의 획기적 전환’에 대해서는 다음 회 본국 정부의 역할에서 일괄 기술하기로 한다.
넷째 숙제는 비리현상의 차단방지이다. 여타의 한인사회 단체에 비하여 한글학교 조직은 그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큰 잡음 없이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한글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규모가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명예욕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적 장악력을 추구하는 세력화, 파워 형성, 짝짓기, 끼리끼리 뭉치기 움직임이 NAKS나 WAKS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몹시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세력집단 형성은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암적인 현상으로 철저히 경계하고 차단하여 교육 순수 조직을 결사적으로 지켜 나가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재임하면서 경험하고 파악한 비리를 들어보면 금쪽같은 재정을 자기 과시형 출장, 행사, 광고, 기밀비로 상식 밖의 낭비를 하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미국 회계법 및 국세청(IRS) 비영리단체 조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탈법 변칙 재정집행을 거침없이 자행하는 반조직적 양식부재의 고위 책임간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비행을 보고도 그 잘못을 지적 충고, 견제 규탄 감사하는 정의감마저 실종되어 있었다. 이는 자정 능력의 상실을 뜻하는 말기 현상으로 심히 경계하고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그 구조적 원인은 종사자들이 10년, 20년, 30년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다보니 ‘아는 낯에 침 못 뱉는다’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한인 회계 업체 중 기여 참여를 원하는 곳을 골라 실비형 외부감사제를 도입하여 재정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글학교 관계자는 한글교육뿐 아니라 양심적 행동 양식도 본을 보여 가르쳐야 하는 민족자존의 교육현장에 서 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엄히 경계해 나아가야 할 일이다.
이내원
전 WAKS, NAKS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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