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과 함께 하며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여러 병원에서 검사와 수술, 치료를 받았으나 제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입니다.”
한 해 마감을 앞 둔 크리스마스 캐롤이 넘치는 12월,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삶과 죽음’ ‘아름다운 생의 마무리’ 를 생각하게 하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강영우 박사(68). 강 박사는 세상과의 이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작별을 담담히 준비하고 있었다.
가까운 친지들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강 박사는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끝까지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 할 시간도 허락받아 감사하다”며 의연함을 보였다.
그는 “여러분으로 인해 제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다”며 고마움을 전한 후 편지를 마무리했다.
강 박사가 ‘췌장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이달 초. 지난 10월부터 담석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강 박사는 다시 건강을 회복했고 정밀검사 결과도 별 다른 이상이 없어 안심했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강 박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주 퇴원,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부인 석은옥 여사(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는 “하나님의 평강 가운데 잘 견디고 있다” 며 “매일 왕진하는 호스피스 간병인과 의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며칠 전에는 강 박사 부부가 출석중인 중앙장로교회의 노창수 담임목사가 다녀가기도 했다.
강 박사의 편지를 받은 이성자 목사(인터내셔널 갈보리 교회)는 “며칠 전에 소식 듣고,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축복된 삶을 지금까지 사셨고, 이제 보다 더 축복된 곳으로 가시고자 삶을 정리하시는 모습도 은혜가 되지만, 이 땅에 남아 많은 지치고 낙심한 인생들에게 꿈과 도전과 축복이 되기를 소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광순 박사(한국과학기술원장)는 “뜻밖의 소식이기는 하나, 이제 한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어려움에 의연하게 맞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시는 강 박사님의 굳건한 믿음과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강 박사 가족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김정숙씨는 “박사님 편지 읽고,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겠네요. 두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두 분만큼 열심히, 그리고 보람 있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말했다.
사람의 얼굴에는 저마다 살아 온 세월의 무늬가 있다. 그래서 얼굴은 내면이 투시된 거울과 같다. 그렇다고 내면 깊숙이 드리워진 생의 내력까지 감출 길은 없다. 강영우 박사는 이제 막다른 길에서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통로에 있으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영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