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다 먹고 나더니 밥을 아직도 먹고 있는 나의 얼굴을 남편이 한참 동안 쳐다본다. 밥을 비교적 늦게 먹는 습관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보다 늦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늘 저녁도 그저 그렇게 먼저 먹었으니 앉아 있나보다 생각하고 있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밥 먹고 있는 내 얼굴을 빤히 그것도 무안할 정도로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고 했더니 빙긋이 웃으며 하는 말 “주름이 얼굴에 꽉 찼네”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저 웃고 말았지만 생각할수록 약이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라도 감추어 보겠다고, 조금이라도 늦게 골이 패이기를 애타게 염원하고 애쓰고 있는 사람한테 주름 타령을 하는 것은 남의 아픈 상처를 꼭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들에게는 잊히지 않는 추억이 있다. 그것이 슬픈 것이든 즐거웠던 것이든 과거가 있기에 추억으로 남겨 놓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시절 친구들, 고등학교, 대학, 또는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잊지 못할 일들 특별히 기억나는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는 때가 잦아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 좋은 인격의 소유자로 기억에 남기를 원한다 . 이 순간도 지금은 녹이 슨 기억들을 더듬어 보다가 몇 년 되지 않은 과거를 살펴보게 한다.
육십 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어찌 즐거움만 있었겠으며, 또한 괴로움만 있을 수 있었겠는가? 고난이 깊은 사람일수록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고난을 당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철학의 소유자, 즐거운 일, 자랑하고 싶은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평범한 입술의 움직임을 가진 깊은 학식의 소유자, 우리 주위에는 그리 흔하지는 않더라도 찾아보면 있다.
남편의 말에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한마디 쏘아 주었다. “이것이 다 당신과 결혼해서 고생한 결과지 뭐야!”했더니 자기도 조금은 미안 했던지, 그게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 매일 보고 또 보아도 자꾸만 보고 싶던 그 그리운 얼굴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그때 그 시절 그 그리운 얼굴! 기다려 줄 리 없겠지만 나도 저물고 당신도 저물어 가고 있으니 저무는 시간들이 마지막까지 빛을 잃지 않는 시간들이 되어 보고 싶은 얼굴들과 마음 속으로라도 속삭이고 싶은 이 겨울에 그리운 얼굴을 찾아본다.
이것이 아내의 마음일까? 여인의 마음일까?
정영희
중앙결혼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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