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세 수필가 등단 화제 모은 마순희 씨
▶ ‘북간도’저자 안수길 선생 장녀 문학적 재능 이어 받아
‘북간도’저자 고 안수길 선생의 장녀 마순희(66)씨가 늦깎이 수필가로 한국 문단에 등단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간행되는 종합문예지‘문학저널’은 마(안)순희씨의‘감잎 단풍’외 2편을 제98회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한 마씨는 오랜 외국 이민생활에서 가슴에 침적되어 있는 향수와 추억들을 ‘감잎 단풍’과 ‘분꽃’ 그리고 ‘킬리만자로에서 온 엽서’에 담아 한국적 정서를 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1972년 남편인 마서준 전 연세대 미주 총동문회 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업에 종사해온 마씨의 수필은 자기 삶의 위치에서 사물을 관조하고 사유해낸 창작물이다. 단수필로서 짧으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절제된 언어로 주제를 묘사해 내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하는 기교를 보여준다는 심사평처럼 그의 글은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올해 아버지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안수길 전집 출간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나는 여태껏 무얼 했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생전에 아버지는 딸이 번역문학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언뜻 비쳤는데 늘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었나 봐요”
1945년생 해방둥이인 그는 아름다운 나이이긴 해도 분명 글쓰기가 머뭇거려지는 나이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미국으로 이민 온 이후 한 번도 문인으로 활동한 적이 없었다. 1970년대 중반 본보 칼럼 ‘나성춘추’ 필진으로 활동했고 가끔 투고를 했다. 또, 2008년 나성영락교회에서 시무권사 직분을 받은 후 지금까지 ‘나성영락 뉴스’와 ‘한마음지’ 편집위원으로 홍보출판부에서 봉사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수상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온통 머릿속을 헤집고 떠돌아다니던 산다는 것의 의미, 문학이란 무엇인가, 글 써야 한다는 간절한 열정이 어떤 것인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타고난 문학가 기질, 그것도 민족의 수난과 항일 투쟁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민족문학의 거작 ‘북간도’를 쓴 소설가 고 안수길 선생의 핏줄로 유일하게 그는 올해 문인으로 등단했다. 그렇다고 집안에 문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 안수길 선생의 둘째 사위인 김국태 소설가가 있고, 둘째 며느리 정영현씨가 ‘꽃과 제물’로 제3회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 모집에 당선된 여류소설가이다.
“아버지의 기질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자식은 아마도 돌아가신 큰 오빠일 겁니다. 고 안병섭 단국대 연극영화과 교수지요. 서울고, 서울대 시절부터 기인으로 통했어요. 월간지 ‘사상계’에 평론이 실리고 이후 아버지와는 달리 영화 평론가의 길을 걸었지만…”
큰 오빠의 얼굴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그의 수필이 ‘분꽃’이다. 서울에서는 마주치지 못했던 분꽃을 처음 본 것은 LA에서였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심은 분꽃에 반해 씨앗을 얻어다가 손수건만한 꽃밭을 만들었다. 첫 해에는 피지 않았던 분꽃이 이듬해 반짝 빛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는 그는 이후 물만 주면 자라고 꽃이 피는 오색찬란한 분꽃의 번식력을 한국인의 이민생활과 깊은 연관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분꽃은 어머니의 은은한 옛 향내를 내뿜어 아련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감잎 단풍’ 역시 수년째 뒷마당 한구석에 서 있는 단감나무 한 그루에서 느꼈던 경이로움, 유년의 시골과 고향을 옮겨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킬리만자로에서 온 엽서’는 영문학도 시절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함께 배웠던 그의 친구가 보낸 엽서 한 장에서 출발한다. 회갑기념으로 킬리만자로 등반에 성공한 오랜 친구가 엽서에 덧붙인 ‘이제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는 말’이 마순희씨의 마음에 뜨거운 정열을 불꽃처럼 확 지핀 것이다.
“내년 1월13일 고 안수길 탄생 100주년 기념 16권짜리 전집 출판기념회에 작은 오빠 안병환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참석할 예정입니다. 아버지가 바라던 번역 문학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한 제 모습에 마음이 동했으면 합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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