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물 포커스- 리지웨이 바디샵 공동대표 이세종, 한종씨 형제
37년간 LA 한인타운 한 자리에서 함께 바디샵을 운영하고 있는 형 이세종(오른쪽)씨와 동생 이한종씨가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다.<박상혁 기자>
1973년 가족이민 미군입대 정비기술 익혀
한우물 판 형과 달리 동생은 다양한 사회활동
40여년 한자리 지켜 코리아타운의 산 역사
37년 동안 한 자리에서 한인들의 차량 수리를 도맡아온 올드타이머 형제가 있다. 주인공은 11가와 웨스턴 애비뉴 코너에 위치한‘리지웨이 바디샵’ 공동 대표 이세종(61)ㆍ한종(59)씨 형제다. 지난 1976년 개업한 이후 이씨 형제는 한인타운 한복판(1058 S. Western Ave.)에서 한인들의 차량만 10만대 이상을 수리해 왔다. 미주한인 이민역사가 올해 109년을 맞이한 걸 보면 이민사의 3분의 1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씨 형제는 지난 1973년 당시 한인 이민자들로는 드물게 부모와 함께 이민을 왔다.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많은 것이 달랐다. 무엇보다 이씨 형제를 힘들게 했던 것은 영어였다. 이민 당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던 형 세종씨와 고교 3학년이었던 동생 한종씨에게 영어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그래서 이들 형제가 택한 것은 군대였다.
한종씨는“군대에 가면 영어도 배울 수 있고, 기술도 배울 수 있고 게다가 제대 후 혜택도 좋았다”며“이만한 직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군 입대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번번이 영어로 인해 고배를 마셨던 그는 세 번의 낙방 끝에 롱비치 신병모집소에 겨우 입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형인 이세종씨와 거의 동시에 미군에 입대했다. 군 생활은 그에게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택한 진로는‘자동차’였다.
한종씨는“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생직장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자동차 관련 분야라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제대한 한종씨에게 집안의 장남 역할을 하던 둘째 형이 바디샵 경영을 제안했다. 사고 난 차를 고치러 현재 리지웨이 바디샵 자리에 있던 다른 바디샵에 왔던 형이 주인으로부터 바디샵을 팔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종씨는“리지웨이 전부터 이 자리는 바디샵이었다”며“리지웨이로 있었던 기간을 합쳐 80년은 바디샵으로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군대에서 차량 정비작업을 주로 맡았던 형 세종씨가 제대 후 합류하면서 리지웨이 바디샵은 현재의 틀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세종씨 제대 이후 잘 나가는 자동차 딜러로 변신했던 한종씨는 청년회, 체육회 등을 통해 한인사회에서 활동을 이어가다 LA 폭동을 전후해 바디샵으로 돌아왔으며, 그 날 이후 리지웨이 바디샵은 세종ㆍ한종씨가 이어가고 있다.
5남1녀 중 넷째와 막내가 경영하는 바디샵에서 친형제라 더 가깝지만 갈등은 없느냐는 물음에 형 세종씨는“왜 없겠는가”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세종씨는“그래도 한 살이라도 형이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책임감 때문인지 결국엔 교과서처럼 화해하게 되더라”며“지난 37년 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군 제대 이후 바디샵 운영에만 전념해 온 형 세종씨와 달리, 동생 한종씨는 다양한 활동으로 이미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한종씨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사실 그의 ‘주먹’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무술인’ 출신이다.
여기에 대해 한종씨는 할 말이 많다. 한종씨는“미국에 처음 와서 LA 고등학교에 갔는데 어느 날 한인 짝꿍이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어서 왔다. 알고 보니 학교 내 한인 깡패들이 돈을 달라며 짝꿍을 때린 것”이라며“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짝꿍을 때린 녀석들을 찾아 혼내줬다. 이게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깡패들을 혼내달라는 요청이 많이 왔다. 그 녀석들을 찾아 혼내주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미한국청년회를 조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좁은 한인사회에서 한인 청년이 다른 한인 청년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청년회 조직 이후 많은 한인 청년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미국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형제가 오랜 기간 바디샵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로 세종씨와 한종씨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경영과 한인을 먼저 챙겨주는 경영을 꼽는다. 한종씨는“예전에 자녀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들이 찾아와 하소연하곤 했다. 그러면 내가 자녀들을 불러 미국 내 한인으로서 자세와 할 일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고 말하며“그때 깨우친 자녀들이 이젠 성공한 경우가 많다. 이에 감동받은 부모들이 우리 바디샵 단골이 되고, 단골들이 또 다른 단골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경영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한종씨는 사무실 벽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키며“단골들 자녀들 중에 사고를 치다가 나를 만나 깨닫고 목사가 된 경우가 많은데, 그 녀석들이 찾아와 걸고 간 것”이라며 웃었다.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를 정도로 수명이 늘어난 현대사회에 갓 60세 언저리에 도달했을 뿐이지만, 이민생활 40여년에 이를 정도로‘고참 이민자’인 두 형제가 한인사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화합’이다.
세종씨는“그간 한인사회에서 단결이 안 돼 갈라지고 싸우는 광경이 많았는데 오랜 이민생활을 하면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서로 믿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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