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3대 후계체제가 출범하는 첫 해이니만큼 북한의 대남 정책의 변화 유무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정권은 체제유지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통치철학이자 운영원리인 주체사상을 폐기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대남정책 역시 선대인 김정일 정권의 기존정책을 답습하는 외에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예상을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동사설의 요지는 체제안정과 경제안정으로 집약된다.
먼저 체제안정과 관련해서 혁명위업 계승과 유일사상 10대 원칙(수령지시의 완전성, 무조건 복종, 대를 이은 충성 등이 골자)을 강조한 것은 후계체제의 조기 안정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 하겠으나, 특기사항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한 점이다.
오늘날 세계교역과 미국의 대외교역의 1/4씩을 차지하는 동북아의 경제적 비중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이 가시화되면서 동북아의 정치적 비중 또한 강화일로에 있다. 세계 1,2,3위 경제대국 미,중,일과 자원부국 러시아, 세계 12위 경제강국 한국, 핵 위협으로 연명하는 북한이 동북아에서 대치하고 있어 그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의 전략적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도발을 억지하고 중,일간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등 동북아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현상유지(status quo)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대국화를 국정 제1목표로 추진하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필수적 요소로 중시하기 때문에 겉으로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의식한 ‘외교적 수사’(diplomatic euphemism)일 뿐, 내심은 상당 기간 주한미군의 존속을 원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경우, 한,일에 대한 미국의 핵 우산 보호가 사라지면서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중국이 미,일을 상대로 동시에 패권경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의 주한미군철수 주장은 세월이 갈수록 점차 명분화 내지 형해화 될 뿐이다. 북한이 새삼스럽게 주한미군철수를 들고 나오는 저의는 금년 중반쯤으로 논의되고 있는 미,북 직접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또한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한국으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탈취하려는 기만전술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음 경제안정과 관련해서 북한당국은 6,15(남북경협강조) 및 10.4(140억불 협력사업) 공동선언의 이행과 햇볕정책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모두가 대북경제 지원과 관련된 사안들인 점에서 오늘날 북한이 직면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좌경정부 10년 간 한국정부가 햇볕정책을 내세워 매년 40만 톤의 식량
과 30만 톤의 비료를 지원해 준 결과는 북한의 군사력증강과 핵무기 제조는 물론 안보의식해체, 남남갈등 조성, 종북세력 확대 등 북한당국의 대남 정치선전을 강화하는 역 공작에 이용된 결과 남한사회 좌:우:중도의 이념성향이 ‘3:3:4구도’로 정착될 만큼 북한의 정치공작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이 구도를 바탕으로 북한정권은 2012 대선에서 ‘대북 퍼주기 식’지원을 복원할 친북좌경정권의 출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남정치 공작에 ‘올 인’(all-in)하고 있다. 결국 체제안정도, 경제안정도 원조탈취로 집약된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상당 수 국민이 조기통일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주어지지도 않을 ‘흡수통일’을 운운할 정도로 한가로운 상황이 결코 아니다. 2012 대선에서 또 다시 친북좌경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 대한민국의 공산화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 점이 심히 우려된다.
김명배/ 호서대 초빙교수, 전 LA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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