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신데델라 스토리에 열광한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불리는, 인생역전에 대한 꿈과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병증이 되기도 하지만 가벼운 신데델라 콤플렉스는 현재의 고단함을 이겨내도록 하는 힘이 된다.
이것을 잘 알기에 드라마 작가들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유혹을 쉬 떨쳐버리지 못한다. 통속적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최소한의 시청률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너무 뻔한 스토리인데도 보는 사람들은 깊이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얼마든 만들어 낼 수 있어도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신데렐라 스토리다. 특히 사회적으로 신분상승의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쩌다 들려오는 인생 대역전 스토리는 한층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NBA 뉴욕 닉스의 포인트가드로 지난 열흘 간 미국을 달군 대만계 제레미 린의 성공기는 신데델라 스토리의 모든 것을 지니고 있다. 린은 이런 스토리에 목말라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해 가까스로 NBA 팀에 몸을 담았지만 그는 길거리 위의 빈 깡통처럼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가련한 신세였다. 마치 구박덩어리 신데델라처럼 말이다. 열흘 전까지는 계속 NBA 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한 처지였다.
그러나 단숨에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모처럼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멋지게 살리며 인생역전을 일궈낸 것이다. NBA와 같은 빅 머니 스포츠에서 벤치 가장 끝에 앉아 있던 후보 선수가 단숨에 스타급 주전으로 도약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린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극적이어서 NBA에 오래 몸담아 온 전문가들조차 “NBA 사상 이런 반전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린은 동양계인데다 하버드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농구선수로서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농구와는 거리가 먼 스펙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인생역전을 이루고 나니 이제는 동양계에 하버드 출신 엘리트라는 사실이 그의 스토리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우라가 되고 있다. 세상의 시선이란 이처럼 간사한 것이다.
린의 성공은 같은 동양계인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동양계에 대한 주류사회의 고정관념을 이처럼 통쾌하게 무너뜨려 준 사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국계 저널리스트 웨슬리 양은 지난 해 뉴욕 매거진 기고를 통해 “동양계 미국인들의 문화는 성공적인 10대들은 많이 양산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저 그런, 평범한 미국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공부는 잘하지만 달리 특별할 것도 없고 재미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동양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동양계’인 린은 이런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뜨려 주고 있다. 전혀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일이 아니기에 놀라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린이 처음 두 경기에서 큰 활약을 보이자 진짜 실력이냐 아니면 반짝 활약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그가 계속해 뛰어난 기록을 올리며 팀을 연승으로 이끌자 논란은 잠잠해지고 있다. 지난 금요일 린과 맞붙었던 NBA 최고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경기 후 “선수가 플레이를 잘 할 때는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그는 처음부터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였던 것이다. 다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라며 린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린은 그저 운이 좋아 하루아침에 신데델라가 된 것이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언젠가 자신을 알아줄 날이 있을 것이라 믿고 묵묵히 땀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행운의 기회가 찾아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흔히들 성공하려면 70%의 행운에 30%의 실력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해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운이 찾아와도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신데델라 하면 신분상승, 인생역전이라는 결과만 기억하고 그 과정에서 흘린 눈물과 땀, 그리고 극복해야 했던 수많은 좌절은 떠올리지 않는다.
누가 로토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서 그를 신데렐라로 부르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다. 신데델라는 ‘운칠기삼’이 아닌 ‘운삼기칠’의 스토리다. 동화가 아닌 현실 속의 한 신데렐라는 바로 이것을 실증해 주고 있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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