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른바 ‘약속의 땅’ 한국에 시집온 지 8일 만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꽃다운 나이의 베트남 신부가 있었다. 당시 20세밖에 안 된 탓히황옥 여인의 참혹한 죽음이 그녀의 모국 베트남에 알려지자 ‘한국인들은 섹스만 밝히는 살인집단’이라며 한동안 온 나라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반한 감정으로 들끓었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백수에 27세나 많은 아버지뻘의 나이 차가 나긴 해도 대물림해 온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모진 맘 먹고 한국행을 택한 가녀린 베트남 시골 처녀가 이국땅을 밟은 지 불과 8일 만에 잘못된 한국적 국제결혼 관행의 덫에 걸려 한줌의 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 간 것이다.
‘절대 도망 안 가는 해외여성과의 결혼’이란 엽기적인 광고를 버젓이 내건 엉터리 불법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한국 신랑감을 단체로 모집해 떼 지어 몰려가서는 동남아 현지 신붓감들을 한꺼번에 수십 명씩 세워 놓고 마치 물건을 고르듯 골라잡게 한다니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야만적인 행위로 ‘어글리 코리안’이란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가난한 동남아 국가에서 현대판 노예무역에 다름 아닌 인신매매를 통해 돈을 주고 신부를 사들여 오고는 애초의 장밋빛 약속과는 달리 호강은커녕 허리가 휘도록 부려 먹는 것도 모자라 상습적인 구타와 모멸적인 인종차별 등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지각없는 남편과 시댁의 끊임없는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잦은 가출은 물론 자살한 여성들도 있다고 하니 이건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국 여성들의 인권 피해를 걱정한 나머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디 (가족 중에) 캄보디아 며느리가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특별히 당부까지 했겠는가.
2008년과 이듬해에 유독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잠정 금지시켰던 캄보디아가 지난해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불법 집단맞선으로 또다시 물의를 빚자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전면 금지했다가 최근 50세 이하로 월수입 2,550달러 이상의 경제력이 있는 한국인 남성에 한해서만 국제결혼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하니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
참다못한 베트남도 마침내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 규제에 나섰다. 이르면 올 4월부터 50세 이상의 한국 남성은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할 수 없게 되고 또 16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베트남 여성과도 결혼할 수 없게 된다니 앞으로 캄보디아에 이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도 매우 어렵게 됐다. 아무리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지만 유난히 어린 신부 만을 탐하는 양상군자의 심보를 가진 한국인 노총각들의 ‘몰염치’가 자초한 필연적인 업보다.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한국 국회는 지난해 12월29일 한국인 남성이 외국인 여성을 줄 세워 놓고 고르는 집단맞선과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결혼상대로 소개하는 중개행위를 금지하는 법률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앞으로 더 이상 그릇된 한국적 국제결혼 관행으로 나라 망신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중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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