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처음 만났던 건 인디언 썸머가 찾아온 어느 가을의 아침이었다. 날씨가 봄날처럼 따뜻해서였는지, 처음 본 그 사람의 웃음이 맑아서였는지, 그 사람을 생각하면 청명한 봄날이 떠오른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 사람을 좋아했는데 그 순간은 나 자신과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 사람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고, 한 사람에게 자신의 세상을 열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그와의 관계는 성숙하지 못했던, 마음만 앞섰던 내 20대 초의 표상이었다. 나의 마음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반응했었고,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도 했으며 너무 슬퍼서 마음이 사라져버리면 어쩔까 하는 슬픈 사람이 되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그 사랑이 크게 할퀴고 간 상처도 조금씩 아물더니, 이젠 흔적만 남았다. 나이 드는 것의 좋은 점은 전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주는 것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지 그를 내 시야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도 가끔 나는 그 어린 날의 내가 그립다. 뜨겁게 사랑했던 청춘이 지나간다. 하지만 다시 봄이 오고 있다. 사랑이 다시 다가오는 순간이다.
채경열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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