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설렁탕이나 해장국 같은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나는 깔끔한 이태리식당에서 스파게티나 라자냐 같은 것을 즐겨 먹는다. 나의 눈치를 살피던 남편은 멕시코 음식이 어떠냐고 하면서 나의 의향을 떠보기 시작한다. 멕시코 음식은 우리 부부가 같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된장찌개, 콩비지백반, 청국장 등이 남편의 애호식품이었는데, 나는 이런 음식을 몹시 힘들어 했다. 당연히 둘 사이의 음식에 대한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어갔다.
남편이 선호하는 지루한 음식들을 평생 먹을 생각을 하니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 손맛을 내어주면 모든 사람들이 감동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이 청국장을 비롯한 각종 발효식품의 날카로운 미각을 가지게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덧 나도 남편도 왜 상대방이 그런 음식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음식에 대한 견해도 다르고 여러 면이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한 가지 좋은 점을 알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기에 이 큰 덩치의 미국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오늘 저녁에는 남편과 맛있는 외식을 함께 하며 각자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씩 시어머니에게 사다 드려야겠다. 멋진 어머니날 선물이 될 것 같다.
최현정 /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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