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관련 서적은 가짜다. 책이 설득하는 대로 몇 개의 정해진 단계를 거치고 보장받을 수 있는 성공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도 책은 팔린다. 독자들이 사고 싶은 것은 기술이 아닌 꿈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단계를 거치면 덜 다치고 편히 살 것이란 꿈의 수요는 줄어들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책은 꿈을 실현시킬 묘안으로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이는 오늘을 사는 힘이 돼 주지만, 또한 함정도 된다. 긍정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남의 더 큰 고통과 견주어 자신의 고통은 견딜만한 것, 혹은 더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도 침묵하는 청년들,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르는 가족과 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불평불만만 일삼지 말라는 말과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다르다. 직면한 것이 부당하면 화내고 밀어내야 한다.
능동적인 자세에 대한 요구는, 그러나 처세술 책들 역시 제안하는 바다. 다만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순간과 자세에 대한 제안 내용이 일방적이고, 그래서 때로 폭력적이다. 책들은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고 한다.
부실 경영으로 대량의 해고사태를 초래한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해고사태를 전후해 직원들에게 대량 배포한 책의 내용이 바로 이러했다. 그들이 실직한 것은 그들이 미리 서둘러 이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시스템의 잘못을 개인에 돌리는 책이, 나를 살게 할 리 없다.
처세에 관해서만큼은 내가 쓴 나의 책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 위를 걸으면 내가 남이 된다. 내가 잘살 방법, 행복해질 방법은 책이 아닌 내 속에 적혀 있다. 내게 발견되기를 오래 기다리면서 말이다.
최정우 /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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