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에서 흉악범이나 파렴치범을 체포 또는 연행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의아스럽게 생각되는 점은 그들의 얼굴을 모자나 마스크, 옷가지 등으로 씌워 누군지 식별치 못하게 감싸 준다는 것이다. 아마도 판결이 내릴 때까지는 피의자 신분이므로 범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국어 대사전을 찾아보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 권리’로 실정법상의 권리와 같이 박탈 또는 제한할 수가 없다고 되어있다. 옳고 지당한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탈만 썼을 뿐 금수만도 못한 행위를 저지른 자들에게도 과연 인권이 있을까? 범죄인의 인권을 지켜준다면 그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과 그 가족의 잃어버린 인권은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권리와 의무가 동전의 앞과 뒤로 하나인 것처럼 인권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때 비로소 주장할 수 있는 상대적인 권리인 것이다.
인권은 누구나 공평하게 누려야 하지만 공익이나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한 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면 안 될 것이다.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오늘의 한국처럼 공권력의 행사가 솜방망이가 되어 결국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이 무너지게 된다.
한국의 인권은 오랜 기간 각계각층에서 벌였던 민주화 투쟁을 통해 크게 신장되고 발전되어왔다. 지금은 국가권력의 전횡과 독선이 용인되지 않을 만큼 국민의식이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과 같은 잣대로 정부의 인권 문제에 매사 트집 잡고 반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솔직히 우리가 언제부터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고 그들을 위해 힘을 기울였던가? 어느 나라나 소외계층은 있기 마련이고 크고 작은 인권침해를 완전히 없애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의 일부 정당과 사회단체들은 소외계층에 대해 말만 앞세울 뿐 막상 그들을 위해 자기 주머니에서 동전 한 푼이라도 내어놓았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인권개선이나 법제정에 침묵하고 있다가 왜 유독 선거철만 되면 소리를 높여 대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렇게 인권을 부르짖으면서도 북한의 인권에 대하여서만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이를 거론하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어불성설을 내뱉고 있는 국회의원까지 있으니 이런 사람을 믿고 뽑아준 유권자들이 불쌍할 뿐이다.
인권은 이념이나 사상 이전의 태생적인 권리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 그 자체이다. ‘종북’이란 말은 공연히 생겨나지 않았다. 북한의 눈치를 살피고 의당해야 할 말을 못하며 그들의 주장에 침묵내지 동조하는 것이 바로 종북이 아니겠는가. 지난날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굶주리고 자유와 인권이 말살된 수용소 집단, 그들 스스로도 김씨 왕조라고 밝히는 북한을 제쳐놓고 한국의 인권만을 매도함은 자가당착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면 그는 북한인민을 한 겨레로 여기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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