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이 지난 9일 “스페인 은행권 회생을 위한 구제 금융을 유로존 국가들에게 신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로존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네 번째로 구제 금융을 받는 국가가 됐다.

스페인이 유로 안정화기구나 유럽 재정안정 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구제금융 규모는 최대 1,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8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재정 건전성이 우량한 국가로 꼽히던 스페인은 중산층의 30%가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었다.

이러한 스페인이 미국 발 쇼크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과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청년층의 50%, 전 국민의 25%가 실업자가 될 정도로 심각한 국가적 파산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로써 세계 경제가 더블 딥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유로존 위기는 대공황 또는 일본의 장기 침체와 같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에 1929년 대공황과 현재의 금융위기를 비교하면서 가능한 대책을 모색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929년 당시 세계는 현 경제체제와는 다른 금태환을 근간으로 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금태환제란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제도이다. 보유하고 있는 금만큼만 화폐를 발행하다 보니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가 부족하였고, 화폐가 부족하니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도 상품을 구입할 고객이 돈이 없어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고 물건이 안 팔리니 공장이 문 닫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즉 1929년 대공황은 화폐 발행량이 상품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유동성 부족이 바로 대공황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해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화폐가 부족하면 화폐를 늘려라. 하지만 화폐 생산량은 금 보유량과 같아야 한다. 따라서 화폐를 늘리려면 금을 늘리면 된다”며 전 세계의 금을 사들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추가하여, 공공사업 등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뉴딜 정책을 도입하였고 이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부유층의 소득 세율을 90%까지 올리는 부의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1950~1960년대 역사상 가장 평등한 황금시대를 누렸던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부족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공급된 유동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되도록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부자에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서민에겐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였던 것이다.

프랑스 민중들은 지난 대선에서 100만 유로 이상을 버는 부자들에게 75%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프랑수아 올랑드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고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내각이 곧 구성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정부이다.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서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위기를 해결할 최선의 방책이다. 최고의 복지는 쓸 만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루즈벨트 같은 식견과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김일선
글렌데일교육구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