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말 성경 ‘요한이 전한 기쁜 소식’ 완성한 김현식 교수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 이해해야”
‘교육을 통한 북한선교’실현 평가
6.25 발발 62주년을 맞아 남북 갈등 극복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책이 최근 완성됐다.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학자 김현식 교수(사진)가 펴낸 번역서 ‘요한이 전한 기쁜 소식’은 김 교수가 지난 5년간 불편한 몸을 돌보지 않고 제자들, 자원봉사자들을 밤낮으로 채근해 태어나게 한 옥동자다.
한국으로의 망명 후 한자어와 외래어 투성이의 남한 말을 이해하지 못해 본인 스스로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절망했던 김 교수는 정치적인 남북통일 이전에 언어문화의 동질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400 페이지가 넘는 ‘남북통일말사전’이 나왔고 ‘남과 북이 함께 읽는 성경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 ‘영어 성경 The NET Bible’과 조선어를 병행한 ‘대역 성경‘과 함께 나온 요한이 전한 기쁜 소식’은 분책 시리즈의 첫 출판물로,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은 만큼 연이어 후속 번역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학생이던 김정일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북한의 언어 혁명, 11년제 무상의무교육체제 및 외국어 교육정책 도입 등 북한 교육 체계의 기초를 닦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김 교수의 평양말 성경 번역의 의미를 정리한다.
번역 성경의 선교적 중요성
80이 넘은 김 교수가 ‘하나님의 약속’ 분책 시리즈를 발간하는 동안 들인 공은 엄청나다. 본인 스스로 하루 12시간 이상 번역 작업에 매달리는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언어학자, 신학자, 법학자, 과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헌신과 희생도 모아졌다. 그 모든 수고들은 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번역 작업에 투입됐고 ‘요한이 전한 기쁜 소식’은 김 교수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북한 교육선교 전략’의 구체적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번역의 중요성을 이해하는데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은 ‘기독교, 선교사, 혹은 교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 의식구조. 선교사나 교회를 침략의 전초병으로 여기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종교가 허용된다 해도 교회에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성경을 무저항주의자를 키우는 아편으로 생각해 읽으려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 극복을 위해 김 교수는 북한 김일성주의자 육성의 기본인 교육, 특히 영어교육을 통해 북한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지식인층을 복음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것은 북한의 ‘후대육성정책론’과도 맞물려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영어를 제1외국어로 가르치고 있으나 마땅한 교재가 없다는 점도 대역 성경을 활용한 영어교육선교 전략이 주효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다.
번역 성경 발간 과정
1시간 강의를 위해 엄청난 교재 준비 작업을 하고 교안에 따라 일분, 일초도 틀리지 않게 수업을 하는 북한식 교육의 특징은 평양말 성경 번역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우선 김 교수는 대충 영어를 북한 말투로 바꾼다는 목적 달성에만 치중하지 않고 북한 지식인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 훌륭한 영어 번역을 찾으려 애썼다. 여러 난관을 거쳐 ‘The NET Bible’과 정식 번역 출판권 계약을 맺었고 그 이후 작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동역자들과 긴밀한 협력 채널을 만들어 꼼꼼히 점검해 나갔다. 20년 가까이 북버지니아 지역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르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미국교회 프로그램 ‘TIPS’의 데이빗 메이스 디렉터, 마이크 시코르스키 변호사는 미국식 영어 표현의 세밀한 부분들에 조언했다. 통역번역 전문가인 류정우 씨는 10년간의 경험을 살려 남북한 문화적 배경과 차이점을 고려해 번역에 임했다. 김 교수는 초벌 번역을 놓고 한 단어, 한 단어씩 모든 성경 판본들을 비교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단어, 표현들을 찾아냈다. 화상회의를 통해 미 전역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지난 5년간 기초작업에 참여했던 박사과정 한인학생들의 의견과 검토도 보태졌다. 최종 발간 직전까지 평양말 어조로 관통 통독을 하면서 미세한 어감과 운율의 차이도 잡아내려 노력했다.
평양말 번역 실례
‘그 자신은 빛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빛에 대하여 립증하기 위해 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그 참된 빛이 세상 속으로 오고 있었다. 그 분은 세상 속에 계셨고, 세상이 그 분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세상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분이 자기 령역에 오셨으나, 그 분의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를 맞아들인 모든 사람들 즉 그분의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 그분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리를 주셨다. 이들은 인간의 부모에 의해 태여나거나, 사람의 의지나 남편의 결정에 따라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난 자녀들이다. 이제 그 말씀이신 분이 사람이 되어 우리들 가운데 살게 되시였다. 우리가 그분의 영광을 보았는데,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오신, 은혜와 진리로 가득찬, 그 유일한 분의 영광이였다. (요한이 전한 기쁜 소식 1장 8-14절)’
향후 일정
이번 요한복음 평양말 성경 번역 말고도 김 교수는 두 개의 책을 추가적으로 집필하고 있다. ‘남과 북이 함께 하는 영어’는 번역법과 문법론을 정리한 책으로 러시아 문법에 비추어 새롭게 정립한 영문법이 담긴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남북한이 영문법을 공유하면 말이 명실공히 하나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 김정일의 후대교육론과 북한 교육시스템의 역사, 정책을 정리한 ‘평양이 변할까’는 김 교수의 두 번째 자서전이다.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는 북한이 외부세계의 전쟁 위협과 국내의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면서도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는 이유가 교육에 있음을 지적하고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위한 지침과 방향도 제시할 계획이다. 두 권의 책은 7월말경 발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마태, 마가, 누가 복음 등 다른 3권의 복음서도 번역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 교수는 “평양말 성경 출간은 하나님의 사랑과 배려 때문에 가능했다”며 “러시아말을 배운 북쪽 사람들이 정확성과 과학성을 보장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 이 성경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 김현식 교수 약력
-1950년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 병사로 전쟁 참가
-평양 김형직사범대 교수
(1954~1987)
-러시아 국립사범대 파견교수
(1988~1991)
-서울 외국어대
국가정보대학원 강사
(1994~1999)
-통일정책연구소(이사장 황장엽)
연구위원 (1993~2001)
-미국 뉴올리언즈 침례신학대학원
초빙교수 (2001~2002)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대
초빙교수 (2003~2006)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
(200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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