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정전사태 한인 피해는
마트 문닫고 식당은 음식 내다버려
교회 촛불예배$차량·주택 파손도
지난 29일 저녁 워싱턴 일원을 강타한 폭풍으로 인해 3일째 이어지는 정전 사태와 100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한 한인 가정들과 업소들의 피해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전기는 물론 수돗물마저 끊긴 일부 한인들은 폭염을 피해 친지와 친구 집으로 옮겨 가는가 하면 환자가 있는 가정은 병원이 갑작스럽게 문닫는 바람에 애간장을 태우며 뒤돌아서기도 했다. 또 그로서리와 델리 등 한인 주력 업종들은 정전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폭염 피해서 호텔로, 친지 집으로= 정전 사태가 지속되면서 폭염을 견디지 못한 한인들이 인근 모텔이나 가족, 친구 등의 집으로 긴급 피난 가는 사태가 이어졌다.
폴스 처치의 권 모씨는 “집 안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워 인근 호텔을 1시간 이상 찾아 헤맸으나 워싱턴 인근 50마일 주변에는 모든 호텔이 매진됐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어쩔 수 없이 볼티모어 인근의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 로럴의 최 모씨는 “베데스다에 사는 아들 가족이 3일째 전기와 물이 안 들어와 임시로 우리 집에 와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집에 환자를 둔 가정들은 정전 사태로 병원이 갑자기 문 닫는 바람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매나세스에 사는 한인 주부 김모씨는 “아기가 아파 어렵게 예약했는데 병원에 도착하니 정전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쪽지만 달랑 붙어 있었다”며 “주변 병원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어쩔수 없이 아픈 아기를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맥클린 지역과 훼어옥스 지역에는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전기는 물론 차량 통행과 수돗물 공급마저 한때 끊기는 바람에 고통이 더욱 컸다.
훼어옥스 팬더브룩 지역의 이 모씨는 “전선줄을 건드리며 쓰러진 나무가 집 앞 도로를 막는 바람에 전기와 차량 통행은 물론 수돗물까지 나오지 않아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재산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빌 지역의 한 여성은 “나무가 넘어지면서 주차해 둔 차를 덮쳐 브레이크 등이 깨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고, 1층 아파트에 산다는 훼어팩스의 한 주부는 “아침에 깨어나 보니 베란다에 큰 나뭇가지가 걸쳐져 있었다. 조금만 나무가 더 컸어도 큰일날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 밖에 정전된 지역의 한인 주부들은 냉장고에 둔 음식들이 상하는 바람에 모두 쓰레기로 버렸다는 소식과 함께 전화마저 불통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로서리 등 한인업계 큰타격= 이번 정전 사태가 고객들이 몰리는 주말에 발생함에 따라 그로서리와 델리, 식당과 세탁소 등 한인 주력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워싱턴 일원 H마트와 롯데플라자, 그랜드마트 등 일부 그로서리 매장은 정전으로 인해 30일 하루 종일 또는 일부 정전으로 인해 아예 업소 문을 닫았다.
이들 그로서리 업체들은 활어를 비롯해 냉동 및 냉장이 제대로 안된 제품들을 버리기도 했으며, 장을 보기 위해 이들 업소에 온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또 한인세탁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요일 하루 매상이 주 전체 매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번 정전으로 큰 피해를 당했다”며 “특히 옥톤과 웃브릿지,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지역 세탁업소들은 계속 정전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델리를 하는 김 모씨는 “냉장고에 보관해 둔 야채 등 음식과 아이스크림 등을 완전히 버려야 했다”며 “월요일인 2일에는 전기는 들어왔지만 정전 사태로 출근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많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한인 식당가는 정전으로 문을 닫은 업체와 정상 영업을 한 업체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메릴랜드 엘리콧 시티의 박 모씨는 “정전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인근 식당으로 갔으나 이 업소는 아예 문을 닫은 상태였다”며 “전기가 들어오는 식당으로 갔더니 그곳에는 사람이 엄청 몰려 있었다”고 말했다.
애난데일의 한 식당 관계자도 “정전으로 이틀째 문을 못 열었고 냉장고에 둔 음식마저 모두 상해 내다버려야 했다”고 전했고, 정상 영업을 했다는 또 다른 한 식당관계자는 “지난 30일 밤늦게 갑자기 고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많은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센터빌 소재 대형 찜질방 업소인 스파월드에도 집에 정전된 한인들이 임시 거처로 찾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전으로 촛불 예배 드려= 워싱턴 일원 일부 한인 교회들은 정전 사태로 인해 촛불 예배를 드리는 등 비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이날 주일 예배에 참가한 교인들 수가 크게 줄어든 모습도 보였다.
버크 소재 모 한인 교회에 출석하는 한 모씨는 “지난 주일에는 강대상에만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렸다”며 “또 교회에 온 교인들도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고 전했다.
센터빌 소재 모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박 모씨도 “교회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량이 평소 주일보다 너무 적어 의아해 했다”며 “아마도 교인들이 정전 때문에 샤워나 식사를 하지 못했거나 집에 문제가 생겨 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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