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난하고 무기력한 나라였던 중국이 이제는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존 네스빝 (John Naisbitt) 같은 사람은 미래의 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 이며 미국과 서구는 그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19세기와 20세기에 세계를 제패한 영국이나 미국처럼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문화에 이르기까지 압도적인 영향력을 전 세계에 행사하는 패권국가가 될 수 있을까?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한 국가가 세계적인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의 중요한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 이다. (1) 국가와 국민의 도덕성, (2) 견실한 경제구조, (3) 압도적인 군사력을 생각 할 수 있다. 오늘은 (1) 국가와 국민의 도덕성에 대하여 생각해보려 한다. 막연한 것 같지만 세계를 제패한 국가의 국민들은 공공질서를 잘 지키고 책임의식이 뚜렷하며 정직하고, 자신들이 선출한 정부를 신뢰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책의 효율성과 그 도적적인 정당성을 설득 할 수 있는 국가였다.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는 상호 존중의 관계가 그 국가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중국 공산주의 혁명은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는 이상을 앞세워 그 도덕적 정통성을 획득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혁명이 수반하는 폭력과 억압은 그 도덕성을 오래 지켜낼 수 없었고, 중국인을 질서를 잘 지키는 정직한 국민으로 교화 할 수도 없었다. 정부의 도덕적 권위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들, 국민을 도덕적인 설득이 아니라 폭력으로 억압하는 나라가 세계의 패권 국가가 될 수는 없다. 중국 작가 장홍지에 (張宏杰)는 천년패론(千年悖論)이라는 책 속에 중국인을 게으르고 거짓스러우며 책임감이 없는 기회주의자들로 묘사하고 있다. 냉혹한 자기비판이기는 하지만, 세계를 제패하는 국가의 패권이 경제적인 부요나 군사적 정복을 넘어서는 도덕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국이 세계적인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이다.
영국과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이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신생국가들이, 성공적이던 실패했던 간에 英美의 법에 의한 통치, 인권의 존엄성, 국민적 합의에 의한 민주정치를 모델로 삼고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모든 이념과 제도가 국민들의 책임감과 도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국가의 지도 이념이었던 공산주의가 무너진 중국은 공자와 유가의 윤리를 다시 도입하여 국민적인 통합을 이루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고답적인 유가사상으로, 무너져 버린 가치체계를 대체하고 경직된 사회를 구조적으로 유연하게 개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일이다. 중국은 세계적 패권국가의 확실한 기반인 도덕성을 세계에 줄 수 없다. 세계에 줄 수 있는 것은 저임금으로 만든 저가의 상품 뿐 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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