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차를 타고 좁고 복잡한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창문을 내린 채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도 쪽에서 어떤 사람이 “동전 좀 주세요!”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한 걸인이 동전이 든 컵을 손에 쥐고 헝클어진 회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우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던 차에 신호등이 바뀌어서 차를 세웠다.
나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 그는 집개 손가락을 입술 밑에 갖다 대면서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행색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모습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는 “제가 두 분을 웃게 만들었네요!” 하면서 들고 있던 컵을 내밀었다.
나는 기분 좋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갑을 찾아서 있는 동전을 모두 털어 주었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로에서 물러났다.
구걸을 하면서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걸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생존을 위한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재주가 돋보였다.
<민소란/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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